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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보는 꼴
허영만 글 그림, 신기원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인생은 ‘초로인생(草露人生)’ 이라는 말이 있다. 흘러가는 세월은 길고 한가한데, 사람의 생명은 풀에 맺힌 이슬같이 잠깐 이라는 뜻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한다. 우리의 생명이 무엇인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이다. 인생은 연기와 같다. 쉬 지나가는 하루와 같다.
어린 시절은 아침과 같고, 젊은 시절은 낮과 같고, 늙은 시절은 저녁과 같이 잠깐 지나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따라서 한 옛 시인은 “한 손에 막대 들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드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 했다.
<각시탈>, <무당거미>, <오! 한강>, <벽>, <아스팔트 사나이>, <비트>, <타짜>, <사랑해>, <식객>, <부자사전> 등으로 최근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허영만 화백이 4년간 관상학에 대한 공부를 통해 탄생한 ‘꼴’은 사람의 얼굴, 이야기를 관상과 함께 풀어놓은 작품이다. 허 화백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과거와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위험한 일”이라며 “그러나 사람의 생김새와 운명에 대해 다루는 관상이 더없이 흥미롭고 탐구해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람의 얼굴을 통해 마음을 읽는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오늘의 운세부터 인생의 대운까지 한 눈에 알아보는 ‘허영만 꼴’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병치레 없이 오래 사는 사람의 비밀, 돈을 버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의 비결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수록했다. 특히 건강, 학문, 장수, 부귀 등 사람이 한평생 겪을 수 있는 온갖 주제를 다루는 ‘관상학’을 주제로 한 만화다. 사람의 운명과 얼굴에 담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며 사람의 얼굴, 사람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있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과거와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재미가 있기는 해도 자칫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저자 허영만 화백은 평생을 만화 그리는 것 외에는 딴 데로 눈 돌려본 적 없는 사람이다. 그가 그려낸 만화 인물은 대한민국 국민의 수보다 더 많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실제 인물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사람의 얼굴, 사람의 이야기는 허영만 화백 인생의 화두이며, 밑천이기도 하다. 그 인물들의 얼굴을 지면에 다시 살려내면서 작가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운명은 타고나는 것인가?’, ‘왜 누구는 귀하게 또 누구는 천하게 살아가는가?’, ‘왜 누구는 부자로 또 누구는 빈 쌀독 때문에 근심 그칠 날이 없는가?’, ‘아름답고 선하고 착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노력하면 인생이 달라지는가?’, ‘그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단서는 무엇인가?’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과 인생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사람의 생김새와 운명에 대해 다루는 관상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가 사람의 관상과 운명에 관한 3여 년간의 공부 끝에 작가가 내린 결론은 ‘관상은 변하고 운도 변한다’는 것이다. 타고난 관상도 자신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변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결국 진리는 ‘행복의 척도는 마음에 있다’로 귀결된다. 뼈 빠지게 돈 버는 것보다 행복한 마음을 갖는 것이 더욱 어렵다. 그래서 인간은 상법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재미있게 만화로 되어 있어 손에 잡으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