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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의 기록 - 동아투위에서 노무현까지
정연주 지음 / 유리창 / 2011년 8월
평점 :
노아는 40일간의 대홍수가 난 뒤에 바깥세상을 알아보기 위해 비둘기를 내보냈다. 비둘기는 얼마 뒤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방주로 돌아왔다. 노아는 비둘기가 물고 온 나뭇가지를 보고 암흑시대가 끝났음을 알았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캄캄한 방주 밖으로 나간 비둘기가 물고 온 나뭇가지는 암흑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진실이고 희망이었다. 세상을 알아보기 위해 방주 밖으로 나간 비둘기는 노아시대의 언론이었다.
작은 비둘기가 되기 위해 기자가 된 정연주 씨는 1970년 동아일보에 입사하여 유신 정권 억압과 신문사 경영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자 양심에 따라 언론운동을 하였다. 유신 정권의 ‘광고 탄압’에 맞서는 시민들의 ‘격려 광고’에 힘입어 흔들림 없었으나 결국 공권력의 무력 해산으로 신문사에서 쫓겨났으나 ‘동아투위’를 통해 ‘민주인권 일지’를 썼고 이로 인해 긴급조치 9호 발령, 수배자가 되었다.
이 책에는 유신정권에서 이명박 정권까지 40년 동안 언론과 역사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언론인 정연주가 경험한 우리의 현대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동아투위에서 노무현까지’라는 책의 부제가 함축하듯, 동아일보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이래 유신독재에 맞서 싸운 1970년대, 쫓기듯 유학길에 올라 경제학 박사가 된 고난의 1980년대,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으로서 냉전해체와 세계질서 재편을 지켜본 1990년대, 2000년대 한겨레 논설위원과 KBS 사장을 역임하며 겪은 조폭적 한국 언론의 현실과 ‘바보 노무현’과의 인연,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기록하고 분석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시대 언론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 “언론인으로 살아온 반세기 가까운 우리 시대의 이야기, 특히 언론과 관련된 우리 역사와 현실을 젊은이들이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라고 책 발간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모두 7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절망부터 배운 올챙이 기자’에서는 동이일보 입사 후 자유언론 투쟁을 벌이던 시절을 회고했다. 2부 ‘역사의 현장’에서는 ‘민주 교도관’ 대부 전병용 이야기, 구치소에서 만난 리영희, 김종완, 박현채 등 거물 선배들, 구치소의 살풍경 등이 소개된다. 3부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서는 5.17과 수배, 수배 중 도와준 고마운 의인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엮인 사연, 목욕탕에서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 등 절절한 사연들이 기록됐다. 4부 ‘봄은 오고야 말 것이다’에서는 ‘망명’처럼 떠난 미국 유학생활 중에 지켜본 1987년 6월 항쟁과 마흔넷의 나이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이 담겼다.
5부 ‘다시 기자가 되다’에서는 한겨레신문 워싱턴 특파원이 된 사연, 임수경 관련 취재, 냉전해체 현장 취재, 북미회담 취재, 첫 단독방북취재 등의 비화가 소개된다. 6부 ‘워싱턴-서울, MB와 부시’는 미국의 일방주의, MB 정권의 전쟁모험주의를 질타한다. 부자감세. 4대강 토목공사, 국가부채 등도 자료를 통해 낱낱이 따져본다. 7부 ‘바보 노무현과 나’에서는 생면부지의 노무현을 알게 된 사연과 KBS 사장이 된 과정을 기록했다.
이 책에는 ‘바보 노무현’과의 비공개 일화, 2008년 리영희 선생이 정 전 사장에게 보낸 편지 등이 실려 있으므로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좌편향 입장에서 기록했다는 것과 보수주의 입장에서 볼 때는 상당히 주의해서 읽어야 할 내용들도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