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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도 그랬어 - 고단한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
강정훈 지음 / 두란노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세 이야기는 기독교인들만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나온 ‘십계’라는 영화나 만화 영화로 나온 ‘이집트의 왕자’는 모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졌다. 120여 년의 거친 세월과 풍파에서도 큰 바위처럼 단단히 견디어 낸 성웅, 지팡이 하나로 여러 이적을 보여준 초능력자, 막막한 광야에서 민족을 이끈 영도자 모세를 존경할 만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닮고 배울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경은 “이 사람 모세는”(민 12:3)이라는 말로 그를 소개한다. 모세는 우리와 같았던 ‘한 인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개인사는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모두가 광야에 내몰린 것 같은 지금은 더욱 그렇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위대한 영웅 모세가 아니라 모세가 겪었을 40년이 내 목회의 일생과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 30세에 목사 안수를 받고 70세 정년으로 은퇴할 때까지 가슴앓이를 하다가 은퇴 후에 스트레스로 인한 신장암수술, 전립선암수술을 했기 때문에 ‘고단한 나에게 전하는 위로를 받고 싶어’ <모세도 그랬어>를 읽게 되었다. 책을 손에 잡자마자 곳곳에 기록된 깊은 내용과 재치 있는 문장들 때문에 296쪽의 책을 단번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교파를 초월하여 교회학교 교사들을 위한 월간지인 〈교사의 벗〉의 발행인으로 35년간 일하였고, 늘빛교회를 개척하여 40년간 행복한 목회를 하고 정년으로 은퇴한 강정훈 목사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면서도 두려움 앞에 주저하고 분노로 인해 길을 잃기도 했으며,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쳤던 청년 모세,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머뭇거리며 변명하던 연약한 모세, 광야에서 백성들의 불만과 원망에 지쳐 분노하던 지도자 모세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이 모세를 어떻게 다루시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은혜를 주셨는지 자세하게 이야기 한다.
모세가 모세 될 수 있었던 것은 광야에서의 외로움과 연단의 시간 동안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을 통해 하나님을 만난 것이고, 그 사귐 가운데 자신을 보게 된 것이다. 인생은 그 누구도 이런 체험과 만남 없이는 진정한 자아로 살아갈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문장은 “누구에게나 호렙산은 있다. 노회 때마다 만나는 개척교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지친 얼굴, 어촌교회 목회자들의 무기력감을 토하는 편지, 고령 신자들 몇 분과 희망도 없이 교회를 지키는 농촌 목회자들...”(p.62) 이야기이다. 모두 신학교 다닐 때는 희망에 부풀었다. 중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되고, 부흥사가 되고, 성공한(?) 목회자의 대열에 서고자 하는 희망에 불탔었다. 그러나 열 명, 이십 명 성도들을 상대로, 호렙산을 오르던 모세처럼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내용은 모세에게 40세는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처량하고 야박한 시절이다. 홀로 있는 광야에서 이전에는 모든 것을 누렸던 그가 이제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결핍의 시간을 보낸다. 인생은 없다가 있으면 행복해 하지만, 있다가 없어지면 버티기 힘들어한다. 이런 결핍과 축소의 과정은 힘들지만, 인생의 진정한 주인을 보게 하고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게 한다.
모세는 광야에서 자신에게 주어졌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철이 든 것일까? 인생의 밑바닥과 불행과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는 없음을 알고 하나님에게만 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우리가 모세를 안다고 하지만 90퍼센트 이상이 성공담에 머물러 있다.”고 하면서 “모세니까 아프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고… 모세니까…. 그 모세 자신조차도 때로는 ‘나는 모세니까 무조건 참아야 한다. 나는 모세니까 낙심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의식이 삶을 버겁게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모세라는 인간, 그의 고민, 좌절, 인간미에 접근해 보려고 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하여 모세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갈등을 하며 때로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 인간이었음을 주목하였다. 그리고 광야 같은 세상에서 무엇을 붙잡고 나갈지 영적 통찰력을 얻게 되었으며, 광야의 길을 걸었던 모세의 삶과 믿음을 묵상하면서 큰 위로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을 모세처럼 힘겹게 목회하고 있는 개척교회, 미자립교회,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