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여행자-되기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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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함일까? 떠나는 즐거움 때문일까? 평범한 일상에서의 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떠나있으면 늘 그리운 집, 그리고 가족. 여행은 무엇보다 내가 서 잇던 곳에서 비껴서 나를 바라 볼 수 있고 새로운 마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래서 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지가 멀거나 가까움은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따름이다.

 

많은 여행관련 책들을 읽어 보며 여행지를 찾아보고 숙박시설이나 맛 집 등을 꼼꼼히 체크해 보지만 떠나면 말짱 헛수고에 지나지 않게 된다. 계획대로 순조로운 여행을 하기는커녕 다른 장소로 가기 일쑤고 고르고 고른 맛 집조차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치유와 회복을 전제로 한 여행이 힐링은 고사하고 심심을 지치고 피곤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은 예기치 못한 만남과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비경을 선사하기도 하고 소박한 아름다움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미처 느끼지 못한 것들의 소중함과 작은 것에 감동하게 된다. 이 또한 여행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번에 읽은 책은 <관내 여행자 되기>이다.

 

이 책은 시인 백가경과 문학평론가 황유지가 함께 사회적, 역사적, 그리고 개인적 의미가 있는 공간을 찾아가 그곳에서 그들을/우리를 관통한 것에 대해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공동 저자는 사회 역사적인 기억과 개인의 기억을 에세이로 풀어보기로 생각하고, /관통을 키워드로 정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자 공간/현장을 의미하며, 또한 관통은 사회와 개인이라는 공동의 기억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고 관계된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담아냄으로써() 연결되는() 아픔()이라는 중첩된 의미를 담는다. 두 사람은 사회적 참사나 재난의 현장, 우리가 잊고 살던 아픔의 공간을 찾아가 우리가 모두 느낄 수밖에 없는 공동체적 슬픔뿐 아니라 개인적 경험을 함께 들려주므로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가지게 한다.

 

이 책에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20144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하는 대형 참사가 있었던 날이다. 그날 아침 나는 출근 준비를 하며, TV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그리고 조금 뒤, TV 화면에 속보로 전원 구출이라는 자막이 흐르는 것을 보았었고,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당연히 대부분의 탑승객이 구출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업무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전원 구출은 오보이며 사고 현장과 승객 구조에 대해서 정신없이 어수선한 속보 방송이 이어지고 있었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불안하고 당황스러워서 뉴스를 보는 것이 두려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20221029일 이태원 골목에서 일어난 참사. 그뿐인가 해마다 5월이면 가슴속에 울려 퍼지는 진혼곡과 광주의 눈물을. 그렇기에 두 사람은 잊지 않고 그곳들을 다녀와 그 아픔을 되새기듯 꾹꾹 눌러쓴 글로 공간을 기록하고 사람을 위로한다.

 

스트레스와 피로로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고 우울함으로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번잡한 생각과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쉼과 여유, 위로와 재충전이 필요하다. 힐링 여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 공동 저자가 함께 공간을 걷고, 사유하고, 글을 쓴 것은 그들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진정한 관내 여행자 되기를 보여 주는 것이지 유유자적한 낭만적인 여행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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