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문제는 어떤 순간에도 후회와 사색의 꺼리가 남지않을까한다. 상대가 아니라 나자신이 최선을 다했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닐까.

물론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내가 판단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다. 내게는 의미 없어 보이는 삶도 당사자에게는 의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흔이 넘은 망자의 장례식장에서 마주하는 가벼움을 생각해볼 때, 죽지 않은 세월이 산 세월을 좀먹어버린다는 생각이 지나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기억을 잃고 스스로를 잃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단지 ‘살아만 있는 환자들을마주할 때, 내가 그 같은 시간을 늘려온 것은 아닌지 책임과 죄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최선인지는 이번에도 알 수가 없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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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아픔을 다 안다고 볼 수 없다는 말에 동감.
하지만 이해하려고 애쓰는 의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맘을 갖게 되는건 나만의 아닐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햇병아리 의사 시절에는 내가 환자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갈수록 그것이 순전히 내 착각이었음을 알게되는 일이 많았다. 그런 착각은 상대를 이해했으니 더는 이해하려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더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다 안다는 오만으로 이어지기 쉬웠다. 환자 이야기를 다 들어줄 만큼 충분한 진료 시간을 갖고 있지도 못한 상황에서 귀를 충분히 열지조차않은 내가 환자를 다 이해했다는 착각에 빠지니 결과는 뻔했다. 이해하기는커녕 겉돌기만 했다. 그나마 겉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다행이지만 겉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이해했다 치고 넘어가는 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이제야, 어느 정도 살아보니 세상에는 정말 겪어봐야만 이해할수 있는 일이 있음을 안다. 이제는 진료하면서 환자에게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겪어보지 않고는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눈앞의 환자와 같은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므로 완벽히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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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상하지 못한 때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친다.그것이 죽음이라는 끝이 보이는 경우라면 많이 막막할것같다. 그럼 나는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그런 점에서 저 환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섰을까? 끝내 아이들을 보고 떠났으니 아쉬움이야 덜었겠지만 남은 
자식들에대한 걱정은 버리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아이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어른들은 늘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지레 짐작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 이상으로 어려움을 잘 받아낸다. 
떠나는 그에게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낫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의 발걸음이 한 뼘이라도 더 가벼워졌기를 바란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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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인비박사는 인생과 인류의 역사의 발전에 공통점을 고난에 대한 응전이라고 했었다.

삶에서 고난은 불가피하다고 부처는 말했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암도 마찬가지다. 
암에 걸린 뒤에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들은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다. 하나를 피하면 결국 둘, 셋이 되어 돌아오는 
것까지도 지독하게 인생을 닮았다. 
그러니 고통이나 힘든 일이 없기를 바라기보다 마땅히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암 진단을 받아도 눈앞에 놓인 상황을 회피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힘든 항암치료여도 필요하다면 기꺼이 
받는다. 치료 과정에서 겪게될 고통도 감수한다. 그리고 그 지난한 과정을 견뎌내면서 생명 연장과 증상 완화라는 결과를 얻어낸다.
그래서 초반에 호기롭게 항암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 수많은 사례를 봐온 의사로서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된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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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인생이 참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 더 젊을 때, 더 많은것을 할 수 있을 때엔 모르는 사람이 많을까.

 헤어짐은 아프고 미지의 사후는 두려웠을 것이다. 
그것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거나 죽음이 예정된남은 날들을 평소와 똑같이 살아내는 일은 지식이 많거나 돈이 많아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서 나는 대단한 권력자도엄청난 부자도 저명인사들도 많이 보았다. 
그러나 할머니처럼담담하게 마지막까지 평소와 같은 일상을 꾸려간 환자는 많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특별했고 보통 사람이지만 위대한사람이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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