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문제는 어떤 순간에도 후회와 사색의 꺼리가 남지않을까한다. 상대가 아니라 나자신이 최선을 다했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닐까.

물론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내가 판단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다. 내게는 의미 없어 보이는 삶도 당사자에게는 의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흔이 넘은 망자의 장례식장에서 마주하는 가벼움을 생각해볼 때, 죽지 않은 세월이 산 세월을 좀먹어버린다는 생각이 지나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기억을 잃고 스스로를 잃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단지 ‘살아만 있는 환자들을마주할 때, 내가 그 같은 시간을 늘려온 것은 아닌지 책임과 죄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최선인지는 이번에도 알 수가 없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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