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이 줄어드는 사회 분위기는 경계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팡세』가 여러 판본으로 번역되어 나와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점점 독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읽을 리 만무하며, 지성적이고 인간적인 관심과 과제를 외면하는 사회지도층도 읽지 않는다. 
그만큼 관심 밖의 책이 되고 말았다. 마치 그것은 왕실 음식이 햄버거나 치킨을 좋아하는 세대들에게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파스칼의 말대로 삶의 고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끼 사냥을 떠나려는 사람에게, 토끼 고기를 줄 테니 사냥을 나갈 필요가 없다고 권하는 것" 같은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현대인들은 야구시합에 열광할수 있으면 된다. 그래서 정신적 고뇌, 실존적 과제 등을 외면한다. 그래야만 즐겁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흔들며 노래하는 젊은이들에게 베토벤을 들으라고 권하는 것이 잘못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왠지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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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공부를 대신하던 전화위복의 시기

아직 철없던 어린 나이에 자퇴서를 내고 시골집에 있자니 어떻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매일 아침 등교 시간에 평양 시립도서관으로가 독서로 공부를 대신하다가 하교 시간이 되면 돌아오는 방법을 택했다. 시골 사람들은 내가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았고, 교회의 몇몇 어른들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독학을 하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저럼 나는 그 1년 동안의 독서가 나에게 그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도서관에는 많은 책이 있었고, 마음대로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침에 일찍 도착하다 보니 자리는쉽게 잡을 수 있었다. 또 나와 같이 어린 학생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도서관 분위기는 조용하고 좋았다.
내가 읽은 책의 대부분은 철학에 관한 것들이었다. 철학입문과 철학개론을 두세 권 읽었던 것 같고, 철학사와 철학 사상사를 읽었다.
그러고는 논리학 · 윤리학 윤리학사 · 형이상학 인식론 같은 것들을 열심히 읽었다.
무엇을 얼마나 이해하고 깨달았는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말이 없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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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가 아니어도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모자르지않다.

무지와 힘이 지배하는 무독서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지금, 다시 독서의 등불을 켤 때다!

나무가 크게 자라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튼튼한 밑동과 줄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잎사귀들이 자라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열심히 받아들이고 있는정보와 지식들은 그 잎과 꽃에 해당한다. 그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체계적인 지식과 학문적인 성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문 성장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와 같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점이다.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사상적 고전이며, 줄기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체계적인 학문과 지식이다. 지금은대학을 나온 사람들까지도 컴퓨터나 모바일로 정보만 얻으면 그것이 지식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술이나 기능적인 역할에 속한다. 그 정보에 의미와 내용을 부여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만들어 내는 체계적인 학문이 필요하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이 유감이다.
이제라도 책을 읽는 풍토와 독서를 생활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회 모든 면에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어떤 친구의 한탄스러운 이야기가 생각난다. 텔레비전을 아무리 보아도 책을 읽는장면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친구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문화운동을 책임지고 있으니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무언가 잘못된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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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지리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을 잡으려고 할 때는 내 앞에 물리적으로 놓여있는 나의 모든 메모와 자료를 일일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나는 유용한 체계 하나를 고안했다. 
글을 쓸 때마다 모든 관련 문서들을 파일로 만들어서 서재나 거실 바닥에 죽 늘어놓는다. 각 파일은 내가 쓴 칼럼이나 책의 어떤 문단이다. 신문 연재 칼럼은 원고량이 850단어밖에 되지 않지만 대략 14개 파일을 바닥에 늘어놓아야 한다. 내게는 원고를 쓰는 과정이 의자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아니다. 카펫 위를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파일들을 적절한곳에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작업이 끝난 뒤에는 각 문단 파일을 하나씩 주워서 집필 작업대인 커다란 책상으로 가져가 문장 파일들로 쪼갠다. 그리고 이런저런 발상들을 키보드로 친다. 이렇게 해서 한 파일 작업이 끝나면 그 파일을 던져 버리고 다음 파일로 넘어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구조의 문제이며 일종의 교통정리이다.
만일 구조가 올바르게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로서는 거실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파일 작업을 하는 것이내 일의 최고 순간들이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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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운이 좋았던지 눈을 다쳤던 바로 그해에 그는 플로리다의 항구 도시 펜서콜라에 있는 팔라폭스 스트리트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개미 무리가 집에서 나와 줄지어 가는 모습이 그의 눈에 띄었다. 그는 바다를 바라보던 것과 똑같은 감정으로 그 자리에 서서 개미들을 지켜보았다. 거기에 또 다른 매혹적인 세계가 숨어 있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개미를 연구하게 되고 위대한 생물학자가 된다.
40년 뒤 윌슨은 우연히 펜서콜라의 그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에 40년 전 보았던 개미 무리의 후손들이 보였다. 갑자기 황홀해진 그는 옛날처럼 두 손을 땅에 짚은 채 엎드려서 그 개미들을 관찰했다. 그러자 나이 지긋한 노인이 지나가다가 그를 보고깜짝 놀랐다. 멀쩡한 어른이 아이처럼 길 한가운데 엎드려서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무언가를 살피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고, 또 이 노인이 월슨에게 다가와 어디 아프냐고 물을 만도 했다. 하지만 그때윌슨은 어린 시절에 품었던 사랑으로 돌아가서 평생에 걸친 소명을계속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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