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공부를 대신하던 전화위복의 시기
아직 철없던 어린 나이에 자퇴서를 내고 시골집에 있자니 어떻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매일 아침 등교 시간에 평양 시립도서관으로가 독서로 공부를 대신하다가 하교 시간이 되면 돌아오는 방법을 택했다. 시골 사람들은 내가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았고, 교회의 몇몇 어른들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독학을 하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저럼 나는 그 1년 동안의 독서가 나에게 그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도서관에는 많은 책이 있었고, 마음대로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침에 일찍 도착하다 보니 자리는쉽게 잡을 수 있었다. 또 나와 같이 어린 학생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도서관 분위기는 조용하고 좋았다.
내가 읽은 책의 대부분은 철학에 관한 것들이었다. 철학입문과 철학개론을 두세 권 읽었던 것 같고, 철학사와 철학 사상사를 읽었다.
그러고는 논리학 · 윤리학 윤리학사 · 형이상학 인식론 같은 것들을 열심히 읽었다.
무엇을 얼마나 이해하고 깨달았는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말이 없다. - P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