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지리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을 잡으려고 할 때는 내 앞에 물리적으로 놓여있는 나의 모든 메모와 자료를 일일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나는 유용한 체계 하나를 고안했다. 
글을 쓸 때마다 모든 관련 문서들을 파일로 만들어서 서재나 거실 바닥에 죽 늘어놓는다. 각 파일은 내가 쓴 칼럼이나 책의 어떤 문단이다. 신문 연재 칼럼은 원고량이 850단어밖에 되지 않지만 대략 14개 파일을 바닥에 늘어놓아야 한다. 내게는 원고를 쓰는 과정이 의자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아니다. 카펫 위를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파일들을 적절한곳에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작업이 끝난 뒤에는 각 문단 파일을 하나씩 주워서 집필 작업대인 커다란 책상으로 가져가 문장 파일들로 쪼갠다. 그리고 이런저런 발상들을 키보드로 친다. 이렇게 해서 한 파일 작업이 끝나면 그 파일을 던져 버리고 다음 파일로 넘어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구조의 문제이며 일종의 교통정리이다.
만일 구조가 올바르게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로서는 거실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파일 작업을 하는 것이내 일의 최고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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