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음
날짜 : 2014년 6월 29일
남미 대륙의 라이벌인 브라질과 칠레가 1시에 2014년 월드컵 첫 16강전을 펼쳤다. 칠레의 상파울리 감독은 경기 전에 “네덜란드는 힘들었지만 브라질은 자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브라질 축구에 대해서 잘 안다는 이야기이다. 거의 모든 세계의 축구팬들이 브라질의 압도적 우위를 예상했지만, 나는 닥공의 칠레 축구가 브라질에 당당히 맞서지 않을까 예상했다. 브라질은 경기 초반부터 9번에 문제가 있었다. 2002년 브라질의 9번이자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호나우두, 2010년, 상대팀 골문의 단골 손님이자 골 결정력이 최고였던 루이스 파비아누 등등 브라질은 9번 선수가 정말 잘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브라질 리그에서 온 프레드는 문제가 있어보였다. 처음부터 결정적인 찬스를 몇 회 놓치고 공을 자주 뺏기면서 해설위원에게 많은 지적을 들었던 프레드는 몸이 아주 무거워보였다. 전반, 네이마르의 코너킥이 다비드 루이스의 배로 연결되어 선취골을 뽑아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뒤로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21번의 조와 교체됐다. 브라질이 1: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 브라질은 자기 진영에서 드로잉 공격을 했다. 하지만 브라질 수비수의 발에 잘못 맞아서 공은 칠레의 에이스이자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의 백업인 알렉시스 산체스에게로 연결되었다. 산체스는 그 공을 정말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각도, 즉 골대의 바로 옆에 있는 그물로 때리며 동점골을 만들어내었다. 스코어는 1:1이 되었다. 이렇게 전후반이 끝나고 연장전이 되었다. 연장전에서도 두 팀은 승부차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칠레의 장신 스트라이커가 기가 막힌 중거리 슈팅을 뽑아냈다. 그 공은 줄리우 세자르 골키퍼의 위로 날아갔지만 정말 아쉽게 골포스트를 때리고 말았다. 이렇게 연장후반도 마무리되고 대망의 승부차기가 되었다. 브라질의 첫 번째 키커는 다비드 루이스였다. 이 선수는 첼시에서도 그렇고 수비수이지만 무회전 프리킥을 대단히 잘 차는 선수이다. 루이스는 공을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날리며 브라보 골키퍼를 속였고 공은 손쉽게 들어갔다. 이제 칠레의 차례였다. 칠레는 수비수를 내보냈는데 이 수비수는 세자르 골키퍼를 속이며 공을 정면으로 차려고 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급의 반사신경을 지니고 있으며 몸을 미리 날리지 않고 공을 끝까지 보고 있었던 줄리우 세자르 골키퍼가 손으로 쳐냈다. 이렇게 스코어는 1:0이 되었다. 브라질의 두 번째 키커는 윌리안이었는데 첼시에서 엄청나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였다. 윌리안은 골키퍼 브라보를 속이며 왼쪽 구석으로 차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공은 너무 옆쪽으로 가면서 빗나가고 말았다. 이제 여기서 산체스가 골을 넣으면 승부차기는 다시 원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칠레의 독보적인 에이스이자 오늘 경기에서도 엄청난 골 감각으로 세자르를 뚫었던 산체스는 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산체스를 바라보는 세자르 골키퍼의 눈도 만만치 않았다. 세자르 골키퍼는 승부차기를 시작하기 전에 감정에 북받쳐서 울었는데 그 장면을 보고 나는 세자르 골키퍼가 승부차기에서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 바람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일까? 세자르는 자신의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온 공을 손을 뻗으며 쳐냈고 브라질 부동의 수문장임을 드러냈다. 이제는 마르셀로의 차례였다. 월드컵 개막전에서 브라질의 역사상 월드컵 첫 경기에서의 첫 자책골을 기록한 마르셀로는 대담하게 골키퍼의 왼쪽을 보았다. 브라보 골키퍼의 손이 공쪽을 향했지만 공을 쳐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다음에는 칠레의 공격수가 공을 찼는데 정말 놀라웠다. 엄청난 파워를 지닌 공은 정확하게 오른쪽 구석 위로 날아갔고 그 공은 그대로 빨려 들어가면서 골 그물을 찢어버릴 뻔했다. 이렇게 스코어는 2:1이 되었다. 브라질의 다음 키커는 헐크였다. 여기서 헐크가 골을 넣으면 브라질의 8강 진출이 거의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헐크는 이 두 팀을 통틀어서 가장 강력한 슈팅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나는 물론 해설위원들까지도 골이 거의 확실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칠레의 수호신이자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가 방향은 못 잡았지만 다리로 공을 쳐냈다. 헐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아쉬워 했고 화 잘내기로 유명한 브라질의 스콜라리 감독은 얼굴을 붉히면서 화를 냈다. 칠레의 4번째 키커가 성공하며 스코어는 2:2가 되었다. 이제 마지막 키커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8강 행방이 달라지는 상황이었다. 브라질의 마지막 키커는 펠레나 호나우두보단 못하지만 브라질 역대 최고급 클래스의 선수로 주목받고 있는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는 공을 향해 주춤주춤 다가갔다. 나는 2002년 한국과 스페인의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의 호아킨 선수가 네이마르처럼 주춤주춤 다가가다가 이운재 골키퍼에게 방향을 읽혀서 실축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이 공을 페널티킥 방어율이 매우 높은 브라보 골키퍼가 막아내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주춤주춤 수법은 먹혀들었다. 브라보 골키퍼는 몸을 날릴 방향을 정확하게 정하지 못했고 자신의 왼쪽으로 몸을 날려보았으나 공은 키퍼의 오른쪽으로 강하게 들어갔다. 이제 칠레의 마지막 키커가 골을 넣으면 승부차기가 계속되고 넣지 못한다면 칠레의 몇 개월 동안의 수고가 모두 헛수고가 되는 상황이었다. 칠레의 18번 선수는 공을 주는 심판을 보며 웃었지만 나에게는 그 웃음이 좋아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약간 얼이 빠져서 웃는 것으로 보였다. 이 선수는 공을 정확하게 찼지만 공은 골대에 맞고 나갔다. 개최국 브라질의 8강행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칠레의 선수가 실축하는 순간 칠레의 선수들은 일제히 경기장 바닥에 쓰러졌고 브라질의 선수들은 달려와서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를 감싸며 기쁨을 만끽했다. 물론 브라질이 8강행을 확정짓긴 했지만 8강에서는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콜롬비아와 맞붙게 될 것이다. 이 경기에서는 무엇보다 스트라이커의 역할이 중요할텐데 스콜라리 감독이 빨리 프레드를 훈련시켜서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로 만들어내면 좋겠다. 그 경기에서 이긴다고 해도 4강전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2경기에 8골을 만들어낸 프랑스나 유럽 최강이자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독일과 맞붙게 될텐데 목표가 무조건 우승인 브라질에게는 정말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브라질이 하루빨리 문제점을 회복해서 "AGAIN 2002"를 외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