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오오네 히토시 지음, 박재영 옮김, 이와이 슌지 원작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시간을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사랑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낼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달달했던 영화 [어바웃 타임] 과는 다른 풋풋함이 있고 애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보다는 덜 영글어 보이는 느낌이랄까.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이성을 향해 고백하기까지 몇 번의 만약이라는 가정이 더해지고 마침내 소원은 이루어진다.

타임리프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 소설은 이와이 슌지의 애니를 오오네 히토시가 글로 담아낸 것이다. 그래서일까, 유리구슬이 번쩍이며 시간을 쫓고 또 시간이 엎어지는 곳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영상으로 보아야 그 느낌이 배가 될 듯하다.

작은 어촌마을의 불꽃놀이 축제날! 절친 유스케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한 노리미치는 그날 오전부터 나즈나를 향해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을 느낀다. 시선은 점점 더 그녀를 쫓는 사이 그녀가 지니고 있던 신비스러운 유리구슬에서도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절친 유스케와 함께 있던 수영장에서 나즈나는 두 소년에게 갑작스러운 수영 내기를 제안한다. 얼떨결에 시작된 내기에 사건은 시작되고 꼬이고 번복된다.
유스케와 노리미치 두 소년 모두 나즈나를 향해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고 있었고 그렇게 구슬을 내던지며 시간을 되돌리는 사이 우정과 사랑 사이의 거리가 명확해진다. 그 서툶을 타임리프로 고쳐 쓰는 동안 좋아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마치 쏘아 올려 터지는 불꽃처럼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불꽃놀이 축제 때 압사당할뻔한 식겁했던 추억이 있긴 하지만 누구나 밤하늘을 수놓으며 터져 오르는 불꽃에 매료될 것이다. 쏘아 올라가고 터지고 퍼지면서 아래로 흘러내리며 사라지는 그 불꽃과 우리의 마음은 어느새 하나가 된다.
소설은 유난히 긴 제목 속에서 볼 수 있듯이 불꽃에 대한 논쟁거리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불꽃의 모양 따위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괜스레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늘로 쏘아 올린 커다란 불꽃 말이야.
..
쏘아 올린 불꽃? 으음, 납작하지 않을까?
..
웃기지 마! 당연히 둥글다고!!

 

할 수만 있다면 잘못된 판단을, 실수를 돌려놓고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간절함 때문에 시간과 연관된 환타지물은 독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시간을 뛰어넘어 특정한 과거로 돌아가 변화를 꽤 하는 일이 그리 온당한 일이 아님을 넌지시 알린다. 소설에서도 타임리프 안에서 사건이 수정되는 동안 주변 무언가들의 형태들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불안정한 그 무엇에 대해서도 충고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전에 보았던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비해 그리 특별할 것 없는듯하고 무언가 더 있을 줄 알았던 이야기는 호들갑스러운 현실에 바람이 빠지고 있는 풍선 같았다. 학생이 여선생을 성희롱하는 장면이나 중학생이 술집에 취직하겠다는 장면은 사춘기의 호기심과 반항이라고 하기에 지나침이 있어 보인다.

일그러졌던 불꽃의 모양이 제자리를 찾듯 더 이상은 시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됨을 깨닫는다. 그렇게 용기를 얻은 노리미치에게 쏘아 올린 불꽃을 어디서 보든, 또 그 모양새가 어떠하든지는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이와 함께 바라보는 불꽃은 각자의 마음속에 새로운 불꽃이 되어 피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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