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일기장 꿈꾸는 문학 3
이경순 지음 / 키다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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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부모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부모는 본인들의 가치관을 붙들어 맨 채 아이들을 키우려 한다. 그러다 보니 사춘기가 되면 사사건건 부딪히고 싸우게 되는데 이 책도 그런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모녀관계를 바라보면서 좀 더 객관적이고 신중해질 수 있기에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연주는 엄마와 중국 여행이 잡혀있다. 가족 모두 함께 떠나기로 한 여행이었지만 회사일 때문에 아빠가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모녀 사이가 심상찮다. 엄마도 딸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으르렁거린 시간이 길어 보인다. 연주는 가고 싶지 않은 여행길이었지만 5박 6일을 잘만 참아내면 다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었기에 불편한 심기를 눌러보기로 한다.

 

모녀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연주의 친구들 때문이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생각과 행동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인생의 목표도 분명하다.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되고 엄마의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자신이 한심스러워진다. 승미의 조언들은 더욱 그런 자신을 깨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그런 혼란과 자각 후에 네 삶은 분명 달라질 거야. 이제까지와는 다른 네가 될 거란 거지.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했던 일도 스스로 가치를 판단해 가며 선택하고 결정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었을 때 진정한 너로 살아가게 된다는 거야. 네가 엄마가 될 수 없듯 엄마도 네가 될 수 없잖아. 네 인생이랑 엄마 인생은 다른 거니까." -p.140

 

연주의 엄마는 일명 헬리콥터 맘이다. 딸아이의 성적뿐 아니라 친구관계까지 간섭하려 든다. 아이의 생각보다 자신의 생각을 입히기에 급급하다 보니 아이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본인의 인생보다 자식이 곧 자신의 희망이고 미래인 엄마인 셈이다. 그런 엄마에게 연주의 생각과 의견이 통할 리가 없다. 연주의 카톡을 보게 된 엄마는 모든 게 다 친구 탓이라 여기며 전학을 보내려 한다. 정말 나도 엄마지만 어이가 없었다. 게다 친구들에게 전화까지 하며 아이들을 무시했던 일은 어른인 내가 다 창피할 정도였다.

 

암튼 여행 첫날부터 삐걱거리던 모녀는 잠시 휴전하게 된다. 그러면서 엄마가 내민 것이 녹색일기장이었다. 일기를 보고 간단한 코멘트를 다는 것이 숙제였다. 남의 일기 따위를 내가 왜 보냐며 퉁퉁거리던 연주는 일정 동안 일기를 보며 나름의 생각을 적게 된다. 그리고 점점 일기의 주인공인 깡순이의 정체가 의심스러워지는데....

 

녹색일기장이 화해의 카드긴 하였지만 모녀는 여행 중에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함께 한 일행 중에 연주는 자신의 또래뿐 아니라 언니들과 대화 속에서 자신을 한 번 더 보게 되고 엄마도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서 조언을 얻게 된다. 게다 엄마는 일흔아홉 할머니의 열의를 보며 자식 바라기를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점만 보아도 여행에서 엄청난 수확을 거둔 셈이다. 그리고 연주도 일기장 때문에 엄마의 입장을 더 이해하게 되면서 엄마와의 거리를 좁히게 된다. 역시 일상을 내려놓고 여행길에 오르면 서로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나 보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아시아 동북공정 사업에 관한 내용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중국 동북공정을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을 텐데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정치적 야욕을 가지고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여 중국과 한반도 경계지점을 야금야금 먹으려는 속셈이 다분한 사업이기에 정말 무서운 것이다. 백두산에서 태극기를 펼칠 수 없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질 노릇이니 우리가 왜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지 느꼈을 것이다.

 

이제 몇 년 뒤면 나도 사춘기 딸과 한바탕 심리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 고분고분하던 딸이 튕겨져 나가려 할 때마다 흔들리고 또 흔들릴지도 모른다. 딸이 툭툭 던지는 한마디에 울었다는 지인의 말에 나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춘기와 갱년기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겠다. 특히 연주 엄마처럼 "너한테 이미 질릴 대로 질렸으니까."라며 비꼬는 말들은 절대 쓰면 안 되겠다. 읽는 나도 기분이 영~~ 별로다.

 

연주 친구 승미의 데미안 패러디가 참 와닿았다.

'자기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 줄 때까지 기다리면 요리감이 된다.'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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