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어린이 - 방정환 수필 모음 산하어린이 164
염희경 엮음, 이상권 그림 / 산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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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계절을 계절답게 즐기지 못하는듯하다. 여름이면 수영을 하고 겨울이면 스키와 썰매를 즐기는 게 고작이다보니 사계절이 주는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난다. 그래서 방정환 수필집을 읽으며 이렇게 지내다가는 인간들이 점점 더 감성을 잃어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이 책은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잡지를 발간하는 등 어린이를 위해 살다가신 방정환 선생님의 수필 모음집이다.

잡지 《어린이》와 여러 지면에서 발표한 글 가운데 사계절을 담고 있는 수필 16편과 동시 및 그분의 업적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방정환이 천도교 3대 교주 손병희의 사위란 사실을 알았으며 그의 책은 《만년 샤쓰》만 읽은 게 전부이다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많은 사실을 알게 되어 뜻깊었다. 이틀전 창비에서 방정환 전집 5권이 출간된 걸 보았었는데 올해가 방정환 탄생 120주년이라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1920년대 중반부터 ‘어린이’(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라는 말을 쓰며 어린이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를 전파하고 싶으셨던 그는 일제 탄압 속에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린이는 나라의 꿈나무이자 미래의 희망임을 알면서도 요즘의 어린이들의 생활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우울해진다. 점점 더 경쟁 사회에 내 몰리며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이 학원 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과연 진정한 행복을 알까. 나조차 부끄러워진다.

 

 

 

 

그가 기고한 여러 편의 글들은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어린이들을 위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계절마다 어떤 놀이를 하면 좋은지, 어떤 생각들을 함께하면 가치가 있는지 등을 알려줌으로써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말로는 도저히 전할 수 없는 것들은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법 등도 고안해서 실어놓았다.

 

방정환은 정말 이야기꾼이었는데 그는 외국 동화를 번안해서 소개하기도 하고 직접 사람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가 이야기를 어찌나 실감 나게 하는지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는 도중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는 장면에서는 많은 이들이 식민지 조국의 현실이 떠올라 울었다고 한다.

 

 

 

봄에는 꽃을 심어보며 꽃의 다채로움을 만끽해 보며 나뭇가지로 화분 만드는 법도 알려준다. 여름에는 금붕어도 키우라 권하고 게다가 다양한 빙수의 맛과 빙수집을 직접 소개하기도 한다. 웃었던 장면은 파리를 잡기 위한 화살 만들기였는데 정말 여름 파리가 얼마나 골칫거리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계절이 활기를 찾아가는 가을에는 뭐든지 제철이라 뭘 하든지 좋은 계절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추위를 잊고 놀 수 있는 놀이로 팽이치기를 들며 여러 가지 팽이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에 소개된 말판 놀이는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팔던 종이판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그의 글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그의 업적이 재평가되어야 함은 틀림없겠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어린이날이 왜 5월 5일이 되었는지와 어린이날의 의미(선물을 받는 날이 아님을.ㅋ)를 다시 한번 새겨보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방정환 선생님의 다양한 글을 만나보면서 그 시절 아이들은 무얼하며 놀았는지를 살펴보면서 풍요속에 빈곤이라는 말도 다시한번 새겨보면 좋을것 같다. 아이들이 노는 방법을 몰라 못 논다는건 바깥에서 진정한 놀이문화를 접하지 못함이기 때문이니까.

방정환 선생님 120주년을 맞아 우리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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