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과 신앙
잭 레비슨 지음, 홍병룡 옮김 / 성서유니온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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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독특하면서도 중요한 성령론 책이 한권 나왔다. 최근 국내에는 막스 터너의 책도 소개가 되었고, 고든 피의 대형 저술도 번역이 되어서 과거에 비해 성령론에 대한 성서학 책은 깊고 풍성해졌다. 잭 레비슨은 이 두 학자들에 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구약뿐 아니라 유대교 문헌에 정통한 일급의 성경학자이다. 게다가 그는 오순절 배경의 학자이지만 흔히 오순절 전통이 강조해왔던 협소한 성경본문이 아니라 창조신학에서부터 '성령론'의 근거를 끌어내면서 논의의 스케일을 키우고, 판을 흔드는 기개를 보여준다. 책의 부제로 언급된 '미덕, 황홀경, 지성'은 기존 논의에서는 성령론과 한번에 어울리기 쉽지 않은 제각각의 주제들이었으나, 그는 이 책에서 매우 노련하고도 설득력 있게 바로 이 키워드가 성령 이해의 핵심 주제어가 되어야 함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보인다. 그는 메이저 신학자들의 논의를 맞상대하며 이 과제를 해치웠는데, 호출당한 이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성서학 분야에서는 헤르만 궁켈, 제임스 던, 막스 터너를 비롯 성령론 연구에는 필히 훑어야 할 주요 학자들을 다 망라하고 있고, 조직신학자로 바르트, 판넨베르크, 몰트만 등도 줄줄이 이끌려 나왔다. 이만한 논의를 펼치면서도 학술적이란 느낌보다는 교양서란 인상을 받는 것은 그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문제의식이 학자들 세계의 질문이 아니라, 성령론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언제나 물어봄직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여튼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으니, 이 참에 '성령론' 구슬 꿰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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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묻고 성경이 답하다
톰 라이트 지음, 안종희 옮김 / IVP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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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톰 라이트의 한국 에이전시쯤 되는 역할을 그간 자처했지 싶다. 그의 책이 널리 읽히기를 바랬기에 나선 일인데, 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느덧 그를 읽는 상당한 저변과 평판이 형성된 듯 하다. 나는 '톰 라이트 무오주의자'는 아니지만 그가 큰 오류나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여전히 그의 독자이자 팬으로 남을 것이다. 그간의 아쉬움은 그의 전문 영역이 주로 1세기 유대-기독교의 등장과 관련된 '역사적 예수'나 '바울신학의 새관점' 같은 주제이고, 약간 확장되어봐야 '성경관', '천국과 지옥', '교회론' 등이었기에 그의 작업이 현대 세계의 질문에 던지는 함의를 좀더 직접적으로 다루는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책은 반갑게도 '과학과 종교', '여성', '생태환경', '악의 문제', '정치' 등을 한 챕터씩 할애해서 직접 답하고 있다. 물론 그는 여전히 성서학자로 주로 발언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의 적절한 독서와 조언에 기반한 신중한 답변은 꽤나 만족스럽다. 게다가 그가 섣불리 모든 분야의 전문가처럼 굴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안심이 되기도 한다. 가외의 소득은, 읽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같은 주제를 다루는 미국과 영국의 정황이 많이 다르고, 질문이 달라지면 답의 내용도 꽤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독자들이 알아챌 수 있어서 우리의 과도한 미국편향을 조금은 교정할 수 있지 않겠나 기대가 된다. 여전히 톰빠로서, 이 책을 기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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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 - 기독교란 무엇인가, 전면 개정판
박철수 지음 / 대장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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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나님 나라' 신학을 풀어낸 빨간색 버전이다. 박철수 목사는 한국 복음주의운동에서 언젠가 더 깊이 읽혀지고, 평가되어야 할 존재이다. 그의 건강이 발목을 잡아 대중적 설교자로 널리 족적을 남길 수는 없었으나, 그가 내놓은 설교집은 여느 목회자들의 것과 달리 해당 주제에 대한 성서신학적, 조직신학적, 목회적 통찰이 집약된 작품들이라 그 무게가 중하다. 이번 책도 2009년작의 전면개정판인데, 이 주제에 대해 한국교회가 선 자리를 의식하며 이보다 더 샅샅이 훑어낼 이는 없어 보인다. 그의 책은 설교투의 표현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서, 그대로 낭독해도 좋고, 아니 낭독을 하면 할수록 저자의 심정에 동화되며 고조되는 뜨거운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그의 설교와 글에는 파토스가 충만하다. 눈물도 분노도 없이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이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결기와 애끓음이 있다. '추천사'와 더불어 이 책에 '요약과 평가'를 기고한 김회권 교수는 이 책의 독자로 특별히 '한국교회의 주류에 실망하고 냉소적이 되어가는 기독청년들'과 '안티기독교 등 교회 반대에 앞장서는 이들'을 꼽고 있다. 아마 박철수 목사의 책이 그들에게 거부당한다면, 우리는 더 내놓을 이야기가 없을 것이다. 이 새빨간 기독교 서적을 이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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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빙 다빈치 - 세속주의 문화의 도전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의 답변
낸시 피어시 지음, 홍종락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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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두꺼운 책을 곧잘 써내는 낸시 피어시가 이 논의에 한 권의 책을 더 보탰다. 일단 이 책은 원서보다 번역서의 만듦새가 훨씬 낫다. 다양한 도판을 제대로 판권 확보해서 사용을 했고, 레이아웃이나 색인 작업, 인쇄 등에 공을 많이 들여서인지, 원서가 그림책같은 느낌이라면 번역본은 진중한 인문학 서적 느낌이 난다. 몇몇 기독교 출판사들은 이제 번역의 질만 아니라, 출판 제작의 차원에서도 여타 대형 일반 출판사들을 능가할만큼 진격하고 있다는 인상이 반갑다. 미국 아마존을 검색해 보면 '세계관' 책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의 관심이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 유지되다 거의 꺾인 상태이고, 200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출판계에서 활력을 보이지만 아직은 두드러진 약진이라 평가하기는 이른 상황을 감안하면 낸시 피어시의 책이 꽤 읽히는(혹은 팔리는?) 현상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나는 낸시 피어시를 프란시스 쉐퍼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읽는다.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해서는 미국의 보수적 대중의 사고와 정서에 교감이 크다는 점에서 걸러가며 읽을 지점이 존재한다. 쉐퍼의 말썽꾸러기 반골 아들인 프랭키 쉐퍼는 언젠가 동영상 인터뷰에서 "나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정치나 윤리 문제에 깊이 관여하며 투쟁하던 때보다, 이태리에서 예술작품 앞에서 몇시간이고 흠뻑 빠져 있을 때 가장 행복해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이 책이 사람들에게 문화와 예술에 담긴 세계관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도 길러주어야 겠으나, 무엇보다 먼저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경탄의 경험을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 세계관 논의에 새롭게 불 지피는 역할을 잘 감당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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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처치를 넘어서
신광은 지음 / 포이에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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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한국의 교회를 논할 때마다 서구의 이론과 관찰을 빌어다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메가처치에 관한 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고밀도 교회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현상에 대한 번듯한 분석과 성찰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신광은 목사의 이 책은 자신의 박사논문을 다듬어 낸 것인데, 일단 내용이 실하다. 목차와 각주에 촘촘히 새겨놓은 문제의식들은 그의 전작 [메가처치 논박]보다는 훨씬 더 탄탄해진듯 싶다. 아마도 나는 저자의 논지에 쉽게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몇몇 대목은 충분히 논쟁거리가 되겠고, 또 그래야만 할 주장들이다. 그러나, 그는 이 논의에 필요한 논리와 근거, 이론적 자원들을 거의 다 링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한국교회의 문제가 "공룡이 되어서 생긴 문제와 공룡이 되지 못해 생긴 문제로 나뉘지만, 둘 다 공룡이 되고자 욕망한다는 점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제 앞으로 등장할 '메가처치 옹호론'은 적어도 이 책은 넘어서야 한다. 나는 대안목회 논의나 작은교회론도 이 책의 집요한 지적질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독법은 아마도 '원래 메가처치가 맘에 안들었지만 역시 나쁘구나'라며 자신의 확증을 재확인하는 것보다는, '메가처치를 넘어설 상상력'을 대폭 업그레이드 시키는 용도로 쓰는 것일테다. 이 동네에 만만찮은 녀석이 등장했다. 다들 주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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