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편견
랜돌프 리처즈.브랜든 오브라이언 지음, 홍병룡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제가 “서양의 시각으로 성경 오독하기(Misreading Scripture with Western Eyes)”인데, 책이 몹시 발랄하다. 사제지간인 두 저자는 성경을 읽는데 서양인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이 저지르는, 의식적, 무의식적, 심층 의식적 실수와 오류를 체계적으로 짚어준다. 그간 성경해석의 문화적 이슈들을 다루는 묵직한 책들이 꽤 나왔지만, 이 책은 저자들이 수다쟁이인 까닭에 본격적 성서학이나 해석학 논의로 환원되지 않도록 하면서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재미진 입담을 끝까지 유지한다. 성서유니온은 주로 성경 읽기와 해석 관련해서 대중적이면서도 표준적인 책들을 잘 펴내고 있는 편인데, 이번에 유력한 무기 하나를 더 장착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성경 읽기를 도울 뿐 아니라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효과적으로 자극하기도 한다. 그간 기독교 세계관 논의에서 성경 읽기가 부족했다고 느낀 이들은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세계관들의 경합과 각축이 성경의 세계 내에서도 이루어지고, 해석의 차원에서도 벌어진다는 사실을 잘 상기할 수 있으리라. 세계관 공부에 포함하고 싶다. 책 끝에 챙겨둔 참고도서 목록도 쏠쏠하고, 각주는 꽤 장황한 편인데 저자들의 코멘트를 읽는 재미가 있다. 웃으면서 읽었는데, 사실은 매우 진중한 이야기를 섭렵하도록 한 이 저자들 콤비를 주목해 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뇌가 없다는 것 - 무지가 무지를 끌어가는 시대, 그리스도인에게 던지는 질문
천정근 지음 / 포이에마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히는 설교는 많지 않다. 곱씹고, 되씹으며 읽어낼 설교집은 더더욱 희소하다. 천정근의 설교집은 그 희소한 몇 사례에 해당한다. 그는 20대에는 불가지론과 회의주의를 오가는 문학청년이었다. 유학 간 러시아에서 회심을 경험하고, 20대 후반부터 설교했다. 그러다 교회와 신앙의 현실에 좌절하며 제도 교회를 떠났고, 톨스토이 작품 속의 종교성에 관해 공부하면서 구도자의 길을 걸었다. 한국으로 건너와 신학을 공부했고, 목사가 되어 교회를 개척하여 스무 명 남짓 성도들을 섬기고 있다. 그의 이력을 알지 못한 채 글을 먼저 접하며 느꼈던 모종의 낯선 반가움이 뒤늦게 납득이 되었다. 한국교회 목사들은 다 제도교회의 수호자인가 했는데, 교회 이름마저 ‘자유인교회’라고 지어놓고, 구도자이자 예언자 전통에 서고자 한 이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연민이 없는 시대’의 풍경을 담은 에세이 <연민이 없다는 것>(케포이북스)을 출간한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이 책에는 21편의 설교가 담겨있다. ‘무지가 무지를 끌어가는 시대, 그리스도인에게 던지는 질문’이 부제다. 첫 장의 제목은 ‘다시, 평신도를 깨운다’이고, 11장의 부제는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인 걸로 보아, 사랑의교회 사태가 그의 고뇌를 촉발한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설교에서는 스치듯 언급될 뿐이다. 그의 파토스는 무지하고 무정한, 그래서 도무지 기독교적 진리를 담아낼 수 없는 한국교회 전체를 향해 강력한 질타와 극복 의지로 충천하다. 이와 같은 때에, 이런 책이 나와 고마울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교개혁, 길 위에서 길을 묻다 - 열흘간의 다크 투어리즘
장수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교개혁 500주년’은 앞으로 일 년 동안 마르고 닳도록 쓰게 될 캐치프레이즈다. 그러나 정작 이 계기를 통해 어떤 참신한 질문을 꺼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침신대에서 교회사를 가르치고 있는 장수한 교수는 그동안 사회사 혹은 문화사적 풍미가 강한 역사서를 몇 권 선보여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열흘간의 다크 투어리즘’이란 부제를 달고 유럽의 종교개혁지 탐방기를 출간하며 기발하게 중세와 현대의 만남을 주선했다. 종교개혁이 중세라는 어두움을 뚫어내고자 했던 분투라는 사실과 동시에 그 개혁자들에게도 그늘이 있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다루어 역사학자로서 소명감과 문제의식이 엿보이는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루터의 주요 궤적을 좇아 보름스, 아이제나흐, 뮐하우젠, 비텐베르크에 이르는 독일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코스, 체코 프라하에서 뉘른베르크, 아우구스부르크, 취리히, 바젤로 이어지는 남부 코스, 제네바, 스트라스부르, 에슬링겐, 뮌스터, 스톡홀름으로 이어지는 박해와 학살의 현장 코스를 각 열흘 일정으로 볼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안내하는 역할도 자처한다. 각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 이야기는 충실하게 정리되었고, 문학적 묘사로 생동감이 완연하게 전달된다. 종교개혁을 기리며 유럽여행을 예정하고 있거나 시간 축이 아니라 공간 축을 따라 실재감을 느끼며 종교개혁의 전모를 파악하고 싶었던 독자에게는 이보다 나은 선택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림과 사진 자료가 꽤 많이 사용된 편인데 흑백으로만 처리된 것은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교신 일보 - 육필일기에 담긴 삶과 시대, 고뇌와 꿈
김교신 지음,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 엮음 / 홍성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교신 선생(1901-1945)의 미간행 일기가 해역 작업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열 살 때부터 일기를 써왔던 선생은 어떤 계기로 30여 권에 이르는 일기를 소각해버렸는데, 1932년 1월부터 1934년 8월까지의 일기를 기록한 공책 두 권이 따로 보존되어 제자들에게 전해졌다. 최근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가 이를 2년간 현대어로 고치고 내용을 대조해서 바로잡는 해역과정을 거쳐 출판한 것이 이 책이다.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크겠지만, 대중적으로 더 의미 있는 것은 ‘일보’ 즉, ‘하루의 걸음’을 기록한 한 세대 전 신앙인 김교신의 생활세계를 실감 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김교신 선생은 한편으로는 우치무라 간조의 맥을 잇는 무교회주의자로 그려지지만, 그의 글과 삶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이들에게 김교신이란 이름은 ‘한국 개신교 신앙의 가보지 않은 길’을 오롯이 대표하는 돋보이는 상징이다. 새벽 산기도로 단련된 개인의 단단한 경건 생활과 ‘성서를 조선에, 조선을 성서 위에’로 집약되는 성경에 관한 치열한 연구, 일제치하 민족의식을 끝까지 관철해낸 지사적 면모 등에서 비루하지 않은 강골의 기독인으로, 한 시대를 살아낸 신앙인의 한 표상으로 그를 기억하게 된다. 뜻밖에 최근 몇 년 사이에 김교신 선생에 대한 책들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연구자들의 저술 외에 그의 일차 자료가 이렇게 실하게 나왔으니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즐거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증인으로의 부르심 - 총체적 구원을 위한 선교적 교회론
대럴 L. 구더 지음, 허성식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논의에 ‘진짜’가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대안적 교회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이들은 이 주제로 적지 않은 책들이 나온 것을 안다. 그러나 비슷한 주제와 내용의 반복에 머무르거나 뭔가 과녁에 제대로 맞은 느낌이 아닌 상태로 논의만 길어지는 양상이 아닌가 의구심이 일던 차에 등장한 대럴 구더 <증인으로의 부르심>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위상이나 내용의 중량감 측면에서 제대로 이 논의를 곱씹을 저술로 손색이 없다. ‘선교적 교회’란 이제 서구가 ‘후기 기독교시대(post-Christendom)’로 접어들었으며, 기독교는 자신들이 알고 행하던 모든 것을 더 이상 자명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선교적’으로 새롭게 재검토/재구성해야 한다는 각성에 동의하는 흐름을 말한다. 이 책이 잘 보여주듯 이 논의는 칼 바르트, 데이빗 보쉬, 존 맥케이, 레슬리 뉴비긴 등의 저술에 깊이 빚지고 있다. 최근 ‘선교적 교회’ 논의가 복음주의권의 트렌드처럼 간주되면서 에큐메니컬 학자들의 기여와 맥락이 제대로 음미 되지 않았던 점은 유감스러운데 대럴 구더는 프린스턴에서 교수로 오랫동안 가르치며 학문적이면서 운동적 측면에서 그간의 논의를 제대로 아우르는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기독론, 교회론, 선교론, 조직신학, 성경, 리더십 등을 차례로 한 챕터씩 다루고 있는데 꽤 밀도 높은 선교신학적 내용을 담고 있어서, 신학에 대한 선이해가 있는 이들이라면 오랜만에 작정하고 읽을 묵직한 책을 만나게 될 것이다. 혹은 ‘선교적 교회’에 이제 막 눈뜨기 시작한 이라면 에둘러가지 말고 이런 책을 심호흡하고 읽어내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