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100% 페이백]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 엘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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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인간 존재의 운동이 미지의 것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 그렇다 해도 우리의 깊은 관심은 과거야.

미래를 향해 가면서도, 우리가 지금 되어가는 중인 그 모습을 향해 가면서도 우리가 신경 쓰는 건 과거이고 우리가 과거에 어땠는가 하는 비밀이라고

내가 무엇을 하게 될까? 그리고내가 무엇을 했는가? 이렇게 같은 성질의 두 가지 질문이 있을 때 더 중요한 건 두 번째 질문이라는 거지. 두 번째 질문에는 바로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이 닫혀 있잖아

내가 무엇을 했는가, 그 질문 속에는영원히 이루어진 일의 조종弔鐘이 울리고 있지. 그건 올바르게 살다가 어느 한순간 분노에 휩싸여 범죄를 저지른 뒤 겨우 정신을 차린 사람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던지는 질문 같은 거야

내가 무엇을 했는가. 이렇게 묻는 사람은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 그의 고뇌, 그의 공포는 이미 저질러놓은 일의되돌릴 수 없음을,고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데서 오지. 인간이 과거로 인해 불안해지는 제일 큰 이유는 과거가 영속적이라는, 되돌릴 수 없다는 비극적 의식을 주기 때문이야

후회도 회한도 과거의 돌이킬 수 없음을 바꾸지 못해. 오히려 그 반대지. 후회와 회한은 과거의 영원성을 확인할 뿐이야

우리는 과거에 그랬다는 것만을 후회하는 게 아니야. 영원히 그렇다는 것을 후회하는 거야.

저 형체들은 현재를 위해 움직이지 않아. 네가 있는 현재, 네가 메시지의 의미를, 그나마 너에게 전하는 것도 아닌 그 의미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바라보고 있는 현재를 위한 게 아니라고. 저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저들의 과거일 뿐이야

사람들은 과거가 현재로 돌아와 계속 머문다고 굳게 믿지만, 그 반대 역시 사실일 수 있어. 아니, 더 진실일 수 있지

우리가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을 쉬게 두지 못하고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우리 이야기의 진정한 유령은 우리야. 우리가 바로 우리 유령들의 유령이라고

자신들의 삶이 언젠가, 죽고 나서 한참 뒤에 다른 삶들의 강박관념이 되리라는 걸 알았을까

네가 어디에 있고 지금 어떤 상태이든 돌아와, 약속했잖니, 내가 망고나무 앞 묘지의 내 자리로 들어가기 전에, 어서 돌아와……

진심이든 꾸며냈든 아무튼 비통해진 얼굴들, 진짜든 가짜든 흐르던 눈물들, 정말로 슬퍼서든 그런 척하는 거든 슬퍼하던 의붓어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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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00% 페이백]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 엘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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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이야기의 실을 다시 찾아낼 수 있다면, 내 안에 있는, 그가 살고 있는 그 이상한 나라를 난 안 가본 곳까지 더 멀리 가볼 거야.

이 책이 어떻게 나에게 왔는지…… 그건 너한테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아니야. 디에간 파이.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아직 아니야.

거미 여인은 시간 속에서 멀어지면서도 여전히 더 강렬하게 내 앞에 있었고, 더 가까이 있었다

그 중력(보이지 않지만 만져지는 저항할 수 없는 혼돈의 중력, 농축된 과거의 중력, 사람들이 의미를, 아마도 진리를 끌어내려고 애쓰는 중력) 아래서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내관內觀의 장면임을 깨달았다.

나는 아름답다고 혹은 끔찍하다고, 혹은 아름다우면서 끔찍하다고 형언할 수 있을 그 광경의 유일한 증인이었다.

엘리만은 만날 수 없어. 그가 나타날 뿐이지. 나타나서 뚫고 가버려. 얼음이 되게 하고 살갗을 태워버려. 생생한 환상. 나는 엘리만의 숨결, 죽은 자들 가운데서 솟아오른 숨결이 내 목덜미에 와 닿는 걸 느꼈어.

우리의 만남은 좀 엉뚱했지. 신기한 지름길로 왔달까. 어쨌든 이리로, 그래, 이 책으로 왔어. 아마 우연일 테지. 운명일 수도 있고. 하지만 우연과 운명이 꼭 반대되는 건 아니야.

보이지 않는 잉크로 이미 적혀 있는 운명.

삶과 그 예측 불가능한 길들을 따라가야 한다고. 모두 같은 장소로, 모두의 운명으로 향하는 길들. 아름다울 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는, 꽃이 흩뿌려진 혹은 해골로 덮인 길. 대부분 혼자 가게 되는, 우리의 영혼을 시험해볼 수 있는 어두운 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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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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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줄곧 자네와 함께 있었는데 자네가 나를 잊었던 것이야. 내게는 자네를 부를 힘이 없고, 자네는 나를 떨쳐 버리려고 했다. 달빛이 아름답구나. 눈을 인 소나무도, 이 땅의 삶도. 하지만, 제발 날 잊지 말아 다오!」

자네가 나를 떠난 날, 나는 온 산들을 휘달리며 내 몸을 피로로 가득 채웠다. 그래도 밤에는 자네 생각으로 잠을 설쳤다. 내 감정을 다스리느라고 시를 쓰기도 했지만 내 고통을 걷어내기엔 너무 초라했다

나는 그의 몸이 어둠 속으로 녹아 들어가며 흐느낌이 되고 한숨이 되고 야유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죽음은 친숙하고 다정한 얼굴로 내 삶 속에 들어왔다. 마치 우리를 데리러 와서는, 우리가 일을 끝낼 때까지 구석에서 무던하게 기다려 주는 친구 같았다.

기억을 다그쳐, 조르바가 내 마음속에 흩뿌린 말, 절규, 몸짓, 눈물, 춤을 그러모으고 싶었다. 그것들을 살려 놓고 싶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적어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편지를 뜯어 읽으면서도 나는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고 경악하지도 않았으니까.

갑자기 나는 보이지 않는 손에 떠밀려 나는 종이를 집어 들고 테라스의 뜨겁게 달아오른 판석 위에 엎드려 조르바의 말과 행적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 나는 첫날처럼 테라스에 앉아 늦은 오후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무릎 위에는 탈고한 원고가 놓여 있었다.

나는 곧잘 친구들에게 이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성보다 더 깊고 더 자신만만한 그의 긍지에 찬 태도를 존경했다

〈조르바는 위대한 인간이다!〉 때로 그는 그 경지를 훌쩍 넘어 더 멀리 나가 버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우리는 말했다. 〈조르바는 미쳤다!〉

이승에서 육신의 예속을 자유로 탈바꿈시킬 시간이, 영혼을 갈고닦아 견고하게 만들 시간이 없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죽음이라는 궁극의 순간에 그의 영혼이 공포에 사로잡혀 소멸해 버린 것은 아닐까? 혹시 그의 내부에 불멸의 것이 되어야 할 것이 불멸을 획득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내 내부의 신성한 야만의 목소리를 따르지 않았다. 나는 조리에 닿지 않는 고상한 행위를 포기한 것이었다.

뜯지 않은 채로 찢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데 읽어서 무엇 하랴? 아,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리의 영혼을 신뢰하지 않는다. 영원한 구멍가게 주인인 이성이 영혼을 비웃고 있다.

그동안 세월은 급변하여, 지리적 경계선들이 춤을 추었고, 나라들의 영토는 아코디언처럼 확장과 수축을 반복했다.

신을 통하여 구원을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바로 그 사람이다. 카잔차키스의 문학은 존재와의 거대한 싸움터, 한두 마디로는 싸잡아서 정의할 수 없는 광활한 대륙을 떠올리게 한다.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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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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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 음식, 술, 여자와 춤 ─ 는 그의 건강하고 왕성한 몸에서 사라지거나 둔화되는 날이 없었다.

해마다 정월 초하루 아침이 되면 부인 역시 자기 나름의 심판의 날을 맞으며, 과거를 되돌아보고는 공허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붓다는 최후의 우물, 마지막 낭떠러지 단어가 될 것이며, 이제 나는 영원히 해방될 것이라고. 영원히? 그거야 우리가 늘 하는 말이다.

햇빛이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며 빛으로 바위를 씻어 내고 있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는 위험한 시각이다.

내가 2년 전부터는 〈붓다〉라는 말의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었다.

벌거벗은 잿빛 바위들, 그 빛나는 나신, 거칠고 황량한 그 산이 나는 좋았다.

그 단아함이라니, 그 풍경의 신선함이라니! 마침 해가 떨어지고 있어서 회칠한 벽은 핑크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위대한 모범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우리가 길 잃은 영혼이며, 우리의 삶이 하찮은 쾌락과 고통과 헛소리로 소진되어 가는 중임을 깨닫는다. 그러면 부끄러워하면서 입술을 깨무는 법이다.

생명이란 모든 사람에게 오직 일회적인 것, 즐기려면 바로 이 세상에서 즐길 수밖에 없다는 경고였다. 영원히 다른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 마음은 일찍이 그런 품위와 연민의 높이에 이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엉이는 둥글고 노란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지만 밝은 빛에 눈멀어 알아보지는 못한 채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영원이란 바로 지금 흐르는 순간순간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자기 가진 것을 다 팔아서 큰 진주를 사라〉고 하셨습니다. 큰 진주가 무엇인가요? 영혼의 구원이지요. 선생님, 당신은 지금 큰 진주를 얻고 있는 중입니다.」

제 꼬리를 삼키는 신비스러운 뱀이 나를 그 원 속에다 가두었다. 대지는 자신의 아기들을 낳아 삼킨다. 다시 더 많이 낳아 삼킨다.

자라서는 〈영원〉이라는 단어에 거의 빠질 뻔했다. 또 〈사랑〉, 〈희망〉, 〈국가〉, 〈하느님〉 같은 숱한 단어에도 빠질 뻔했다.

영원한 의문, 허망하고 어리석은 질문(왜? 무엇 하러?)이 가슴에 독소처럼 와 닿았다. 장인의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던 열정이 한순간에 꺾여 버린 미완성 항아리를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비탄으로 차올랐다.

야만인들은, 악기가 종교적인 제의에 쓰이지 않게 되면 그 신성(神性)의 힘을 잃어버려 그저 듣기 좋은 소리를 낼 뿐이라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종교는 내 내부에서 변질하여 예술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왜가리들은 날개 위에, 그리고 앙상한 몸 구석구석에 제비들을 태우고 온다고 했다.

이토록 가차 없는 경고, 동시에 연민으로 가득한 경고를 들은 정신은 자신의 나약함과 비열함, 나태함과 헛된 희망을 극복하겠노라고, 전력을 기울여 영원히 사라져 버릴 순간순간에 매달리겠노라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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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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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지랄병이 도져 우리에게 아무 짓도 안 한 놈들을 덮쳐 물어뜯고 코를 도려내고 귀를 잘라 내고 창자를 후벼 내는 걸까요? 그러면서도 항상,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를 도우소서, 이러지! 전능하신 하느님이 달려가서 사람들의 귀와 코를 도려내고 작살 내 버리기를 바란다는 소리요, 뭐요?

신기해도 예사로 신기한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 더러운 놈의 세상에서 자유를 누리고 싶으면 살인을 저지르고 사기를 치고 해야 한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말이 났으니까 말이지, 내가 죽이고 사기 친 이야기를 다 한다면 두목, 아마 머리털 끝이 송두리째 곤두설 겁니다. 그런데도 그 결과가 뭐였다고? 자유라니! 우리 같은 것들에게 벼락을 내려 싹 쓸어버리지 않고 자유를 주신 하느님이라니.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인이라고 부르는 것, 악행이라고 부르는 것도 세계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는 필요한 것이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게 자유라고…… 나는 생각했다. 정열을 품는 것, 황금 조각을 그러모으는 것,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정열을 무찌르고 보물을 사방에 날려 버리는 것.

〈내 언제면 혼자, 친구도 없이, 기쁨과 슬픔도 없이, 오직 만사가 꿈이라는 신성한 확신 하나에만 의지한 채 고독에 들 수 있을까? 언제면 욕망을 털고 누더기 하나만으로 산속에 묻힐 수 있을까? 언제면 내 육신은 단지 병이며 죄악이며 늙음이며 죽음이란 확신을 얻고 두려움 없이 숲으로 은거할 수 있을까. 언제면, 오, 언제면?〉

인생이 문득 동화, 아니면 셰익스피어의 연극 「템페스트」의 도입부가 된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가상의 조난을 당한 뒤 뼛속까지 바닷물에 젖은 채로 막 섬에 발을 올려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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