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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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지랄병이 도져 우리에게 아무 짓도 안 한 놈들을 덮쳐 물어뜯고 코를 도려내고 귀를 잘라 내고 창자를 후벼 내는 걸까요? 그러면서도 항상,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를 도우소서, 이러지! 전능하신 하느님이 달려가서 사람들의 귀와 코를 도려내고 작살 내 버리기를 바란다는 소리요, 뭐요?

신기해도 예사로 신기한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 더러운 놈의 세상에서 자유를 누리고 싶으면 살인을 저지르고 사기를 치고 해야 한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말이 났으니까 말이지, 내가 죽이고 사기 친 이야기를 다 한다면 두목, 아마 머리털 끝이 송두리째 곤두설 겁니다. 그런데도 그 결과가 뭐였다고? 자유라니! 우리 같은 것들에게 벼락을 내려 싹 쓸어버리지 않고 자유를 주신 하느님이라니.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인이라고 부르는 것, 악행이라고 부르는 것도 세계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는 필요한 것이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게 자유라고…… 나는 생각했다. 정열을 품는 것, 황금 조각을 그러모으는 것,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정열을 무찌르고 보물을 사방에 날려 버리는 것.

〈내 언제면 혼자, 친구도 없이, 기쁨과 슬픔도 없이, 오직 만사가 꿈이라는 신성한 확신 하나에만 의지한 채 고독에 들 수 있을까? 언제면 욕망을 털고 누더기 하나만으로 산속에 묻힐 수 있을까? 언제면 내 육신은 단지 병이며 죄악이며 늙음이며 죽음이란 확신을 얻고 두려움 없이 숲으로 은거할 수 있을까. 언제면, 오, 언제면?〉

인생이 문득 동화, 아니면 셰익스피어의 연극 「템페스트」의 도입부가 된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가상의 조난을 당한 뒤 뼛속까지 바닷물에 젖은 채로 막 섬에 발을 올려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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