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이야기의 실을 다시 찾아낼 수 있다면, 내 안에 있는, 그가 살고 있는 그 이상한 나라를 난 안 가본 곳까지 더 멀리 가볼 거야.
이 책이 어떻게 나에게 왔는지…… 그건 너한테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아니야. 디에간 파이.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아직 아니야.
거미 여인은 시간 속에서 멀어지면서도 여전히 더 강렬하게 내 앞에 있었고, 더 가까이 있었다
그 중력(보이지 않지만 만져지는 저항할 수 없는 혼돈의 중력, 농축된 과거의 중력, 사람들이 의미를, 아마도 진리를 끌어내려고 애쓰는 중력) 아래서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내관內觀의 장면임을 깨달았다.
나는 아름답다고 혹은 끔찍하다고, 혹은 아름다우면서 끔찍하다고 형언할 수 있을 그 광경의 유일한 증인이었다.
엘리만은 만날 수 없어. 그가 나타날 뿐이지. 나타나서 뚫고 가버려. 얼음이 되게 하고 살갗을 태워버려. 생생한 환상. 나는 엘리만의 숨결, 죽은 자들 가운데서 솟아오른 숨결이 내 목덜미에 와 닿는 걸 느꼈어.
우리의 만남은 좀 엉뚱했지. 신기한 지름길로 왔달까. 어쨌든 이리로, 그래, 이 책으로 왔어. 아마 우연일 테지. 운명일 수도 있고. 하지만 우연과 운명이 꼭 반대되는 건 아니야.
삶과 그 예측 불가능한 길들을 따라가야 한다고. 모두 같은 장소로, 모두의 운명으로 향하는 길들. 아름다울 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는, 꽃이 흩뿌려진 혹은 해골로 덮인 길. 대부분 혼자 가게 되는, 우리의 영혼을 시험해볼 수 있는 어두운 밤의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