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인간 존재의 운동이 미지의 것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 그렇다 해도 우리의 깊은 관심은 과거야.
미래를 향해 가면서도, 우리가 지금 되어가는 중인 그 모습을 향해 가면서도 우리가 신경 쓰는 건 과거이고 우리가 과거에 어땠는가 하는 비밀이라고
내가 무엇을 하게 될까? 그리고내가 무엇을 했는가? 이렇게 같은 성질의 두 가지 질문이 있을 때 더 중요한 건 두 번째 질문이라는 거지. 두 번째 질문에는 바로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이 닫혀 있잖아
내가 무엇을 했는가, 그 질문 속에는영원히 이루어진 일의 조종弔鐘이 울리고 있지. 그건 올바르게 살다가 어느 한순간 분노에 휩싸여 범죄를 저지른 뒤 겨우 정신을 차린 사람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던지는 질문 같은 거야
내가 무엇을 했는가. 이렇게 묻는 사람은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 그의 고뇌, 그의 공포는 이미 저질러놓은 일의되돌릴 수 없음을,고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데서 오지. 인간이 과거로 인해 불안해지는 제일 큰 이유는 과거가 영속적이라는, 되돌릴 수 없다는 비극적 의식을 주기 때문이야
후회도 회한도 과거의 돌이킬 수 없음을 바꾸지 못해. 오히려 그 반대지. 후회와 회한은 과거의 영원성을 확인할 뿐이야
우리는 과거에 그랬다는 것만을 후회하는 게 아니야. 영원히 그렇다는 것을 후회하는 거야.
저 형체들은 현재를 위해 움직이지 않아. 네가 있는 현재, 네가 메시지의 의미를, 그나마 너에게 전하는 것도 아닌 그 의미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바라보고 있는 현재를 위한 게 아니라고. 저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저들의 과거일 뿐이야
사람들은 과거가 현재로 돌아와 계속 머문다고 굳게 믿지만, 그 반대 역시 사실일 수 있어. 아니, 더 진실일 수 있지
우리가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을 쉬게 두지 못하고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우리 이야기의 진정한 유령은 우리야. 우리가 바로 우리 유령들의 유령이라고
자신들의 삶이 언젠가, 죽고 나서 한참 뒤에 다른 삶들의 강박관념이 되리라는 걸 알았을까
네가 어디에 있고 지금 어떤 상태이든 돌아와, 약속했잖니, 내가 망고나무 앞 묘지의 내 자리로 들어가기 전에, 어서 돌아와……
진심이든 꾸며냈든 아무튼 비통해진 얼굴들, 진짜든 가짜든 흐르던 눈물들, 정말로 슬퍼서든 그런 척하는 거든 슬퍼하던 의붓어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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