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을 펼치고 비어 있는 하얀 페이지 맨 위에 공허는모든 것의 시작이다, 라고 적었다. 마이어스는 그 글귀를 물끄러미바라보다가 소리 내어 웃었다. 맙소사, 완전히 쓰레기로군!

세 사람은 잠이 들어 꿈을 꾸었다. 그동안 바깥의 달은 점점커졌다가 하늘을 가로질러 바다를 건너 점차 작아지고 흐릿해졌다. 마이어스의 꿈에서 누군가가 스카치가 담긴 잔을 주었지만,
마지못해 그 잔을 받으려는 순간 마이어스는 심장이 쿵쾅거리고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잠에서 깬다.

시간이 흐르고, 솔이 밖으로 나와 말했다. 이제 시작하면 되겠군요. 아직 할 마음이 있다면요.

욕실에서 씻은 다음, 자기방의 테이블 앞에 앉아 공책에 썼다. 오늘 저녁 내 셔츠 소매에 톱밥이 묻어 있다. 달콤한 향이난다.

50여기 내가 있는 시골은 아주 이국적이다. 그곳에 대해 읽어보았으나한 번도 가보진 않은 어떤 곳을 떠올리게 한다. 창밖으로 강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집 뒤쪽 계곡에는 숲과 절벽, 눈 덮인 산봉우리들이 있다.
오늘 나는 매와 사슴을 보았고, 2코드* 분량의 나무를 자르고 쪼갰다.

신디의 친구 몇이 존스타운에 있었다. 신디는 비가 오고 있다고 했고, 우울하긴 하지만 우울함은 지나갈 터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있으며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말했다. 긴 편지를 써 보낼 것이며 사진도 보내겠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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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녀는 못생기고 돈도 없는 친척 여자다운 체념으로 입술이 바짝 마르고 입맛은 씁쓸했지만로즈의 양 볼에 밤 인사로 두번 입을 맞췄다.

그녀는 못생기고 돈도 없는 친척 여자다운 체념으로 입술이 바짝 마르고 입맛은 씁쓸했지만로즈의 양 볼에 밤 인사로 두번 입을 맞췄다. 깡빠르동

결혼이 이 이상 즐거움을 주지 않는거라면…… 거기서부터 이런 일이 시작된 거예요. - P615

만일 엄마와 그 사람이 내외간이라면 일주일 만에 돈문제로 싸웠을 거예요. 남자들은 속여 넘기기나 딱 좋을 위인들이라는 말이 당장 엄마 입에서 나왔을 거예요." - P615

이젠 이 한심한 것이 제가 바람피우고서 나한테 떠넘기네. 조금 있으면제 남편 눈을 속인 게 나라고 하겠군. 그래, 그게 내 잘못이냐? 결국 따지고 보면 그게 그 소리 아니니. 내 잘못이냐고?" - P616

"물론이죠. 엄마가 날 다른 식으로 키웠더라면그녀는 말을 맺지 못했다. 어머니가 따귀를 올려붙였는데, 어찌나 세게 쳤는지 딸은 방수 식탁보 위에 꼼짝 못하고 붙박여버렸다. - P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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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집구석들 창비세계문학 88
에밀 졸라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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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잔 또다시 당신을 속여 넘길겁니다. 그저 부덕밖에 없어요. 아시겠소? 잔꾀라곤모르는, 갓난아기처럼 순진한 소녀를 잡으라고요. 그러면 아무 위험 없이 편안히 발 뻗고 잘 수 있다니까요." - P361

그르렁거리는 신음 소리로 온 방 안을 떨리게 하는노인 앞에는 그녀와 남편 단둘만이 남았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 문서를 찾아내지못하면 어쩌죠? 그런 소문이 퍼지고 있어요."
건축가는 두 눈을 쓱쓱 비비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디 떠들어보라지요. 다 꾸며낸 얘기들이라고 - P372

하녀들은 죽어가는 노인의 재산을끌로띨드 마님 몫으로 얼마, 오귀스뜨 서방님 몫으로얼마, 떼오필 서방님 몫으로 얼마 하면서 저희들 멋대로 찧고 까불며 분배하고 있었다. - P373

"내 관심사는 말이오." 그가 말했다. "누가 이 집을차지할까 하는 거요. 그들은 모든 걸 나눠 가졌어요.
그건 아주 잘한 일이지. 하지만 집은 셋으로 쪼갤 수없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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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집구석들 창비세계문학 88
에밀 졸라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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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부자리 속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그는 행복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났고, 아침나절 침대에서게으름 피울 때면 늘 그렇듯이 정신은 말똥말똥했다.
서둘러서 무엇할까? - P182

눅눅한 아침나절,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난방이 된계단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계단의 인조 대리석과 높다란 거울과 마호가니 문들에 김이 서려 있었다. - P184

다. 현관 밑에는 입성이 추레한 여인네 하나가 안뜰에서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을 온통 맞고서 물을 꽉꽉 끼얹어가며 바닥의 포석을 닦고 있었다. - P184

시커먼 창자 같은 공간으로부터, 잘 가시지 않은 개수대의 고약한 냄새만 풍겨 올라올 뿐이었다. - P194

그곳은 남부끄러운것들을 휩쓸어 내리는 이 집의 하수구였다. 한편 주인들은 아직도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고, 난방기 때문에 소리 없이 숨이 턱턱 막히는 중에 중앙계단이 층마다 그 엄숙한 분위기를 과시하고 있는데 말이다. - P194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모양인데, 대체 집구석에서 무슨 짓들을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더욱 수상쩍다는 얘기였다. 그것이 그의 눈에는 도무지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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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집구석들 창비세계문학 88
에밀 졸라 지음, 임희근 옮김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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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부터는 붉은 융단이 없어지고 그 대신에 소박한회색 천이 깔려 있었다. 옥따브는 이 때문에 자존심이약간 상했다. - P16

옥따브는 곧바로, 푸르무레한빛이 밖으로 내리비치는 창가로 갔다. 반듯반듯 포석이 깔리고 좀 삭막하면서도 청결한 안뜰이 저 밑으로 내려다보였으며 샘의 구리 수도꼭지가 반짝반짝 빛닜다. - P17

이렇게 깔끔한 생활상에 감동한 옥따브는 자기도그 본을 따르겠다고 맹세했다. - P17

여자들의 화려한 몸치장 품목을 파는 장사,
듣기에 솔깃한 말과 비위 맞추는 눈길로 꾀어 서서히고객을 사로잡는 그 장사에 흠뻑 빠져 그는 혼신의 힘을 쏟았다고 했다. 그는 득의만면한 웃음을 지으면서, - P26

제가 그 여자들마음을 아주 쌈박하게 휘어잡은 거라고 해야겠죠! 여자들이 모두 제 손아귀에 있었으니 맘만 먹었다면 그여자들을 제 뜻대로 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 P26

그 통로에서 여러차례 에두앵 부인과 마주쳤다. 분주한 그녀는 아무리 좁은 통로라도 잽싸게 지나갔는데치맛자락 끄트머리 하나 어디 걸리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이 가게의 활기 있고 안정된 중추신경과도 같아서, 그 하얀 손으로 까딱 신호만 보내도 전 직원이 거기에 복종하는 것이었다. - P32

거무칙칙하고진흙투성이인 보도 위로는 새로 장식한 상점들의 티없이 맑은 진열장 유리들이 가스등불에 요란하게 번쩍이며 네모꼴의 밝은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 P34

그을음을 내뿜는 등잔불이 겨우 내부만 밝혀 진열장이 어두운 구식 가게들은 멀리 있는 별처럼 희미하게 빛을내고 있는지라, 거기서 생긴 그림자들이 군데군데 이빠진 듯 보도를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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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3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졸라 작품 묘사가 뛰어나죠.
당시 사회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

어쩌다냥장판 2022-11-23 23:21   좋아요 1 | URL
나나랑 목로주점 이후는 안읽어 좠는데 평들이 좋아서~~ 스캇님도 좋다시니 이책은 재밌을것 같네요 일단은 실패 없는 걸로다 대충 읽고 담주부턴 ㅎㅎ 추천책달 둘러불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