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평원의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1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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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다음의 책이라기에
호흡도 그럴줄 알았는데 웬걸
이건도 다르다. 급박하게 진행되지도 않고
그렇기에 다양한 이들이 나오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저 평범스럽진 않은 책
매카시의 책들은 동물애호가인 내겐 잔인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그 시절엔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으리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저 아프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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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지원 옮김 / 유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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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반복되는 이 허영의 춤사위에 너무나 넘치는 존재였던 그는 어디에나 있었으나 어디에서도 진짜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불로뉴 숲을 산책하고 돌아오던 길에 마르셀은 천식 발작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끔찍한 발작은 이후 평생 동안,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의 가슴을 조각조각 옥죄었다.

우리는 사람이 죽을 때 몸이 차갑게 식어 가는 그 짧은 몇 분 동안 그들의 현존, 우리와 함께 있음의 상태가 영원히 끝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의 지평선을 넘으려 할 때마다 그의 정신의 빛이 우리의 길을 비춰 줄 것입니다

운명이 모진 손으로 그를 부담 없고 가벼운 잡담의 세계에서 갑자기 낚아채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인 어두운 세계로 몰아넣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세계는 간혹 내면의 빛으로 희미하게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납작한 테이블이 앞에 놓인 바로 그 자리에서 그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성글게 써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홀로 투병하던 그는 1922년 11월 18일에 결국 사망했다.

이 사람이 우리에게서 떠나간다는 것은 종말도 아니고 힘든 끝맺음도 아닙니다. 절멸하는 존재에서 불멸하는 존재로 슬쩍 옮겨 가는 것뿐입니다

그는 항상,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오직 홀로 모든 이에 맞서 아무도 건드리려 하지 않는 것을 과감히 감행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죽음에게 단단히 한 방 먹였다. 관찰, 예술가의 숭고한 그 마지막 제스처는 죽음의 공포마저 이겨 냈다.

찰나의 디테일이 아래위 두 속눈썹 사이에서 항상 깨어 있는 눈을 사로잡고, 이어지고 표현되고 우회하고 정체하는 대화가 소리의 진동으로 여과 없이 그의 귓가에 머물렀다

결코 닿을 수 없는 그 풍경을 읽기 위해 그는 여행길에 책, 책, 수많은 책을 가지고 갔다.

썩어 가는 짐승의 시체처럼 항상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거칠고 힘겹게 약에 찌든 숨을 내뱉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끝없는 기침과 경련으로 비쩍 마른 몸을 벌벌 떨며 지내는 것이 이 위대한 작가의 비극적인 초상이었다.

아홉 살 이후 그에게는 거의 모든 일이 금지되었다. 여행, 활기찬 놀이, 부산스러움, 경솔함 등 보통 유년기라 하면 떠올리는 모든 것이. 그럼으로써 그는 일찍부터 섬세하고, 예민하고, 까칠하고, 신경과 감각이 매우 민감한 관찰자가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병세가 회복 불능 상태를 보이자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저술에 몰두했고, 1922년 작품의 완간을 두 눈으로 보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발견자와 지도자로서 창조하고 해석했던 모든 것은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서른다섯 살이 될 때까지 실은 가장 가소롭고, 가장 어리석고, 아무 의미도 없는 한량 생활을 계속하며 살롱과 사교계에서 세월을 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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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눈먼 암살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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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흘리지 못한 눈물을 담고 있으면 상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혀를 깨무는 것 역시. 힘겨운 밤이 시작되었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일종의 기념비 같은 것. 그렇지만 결국 생각해 보면 기념비란 견뎌 낸 상처를 기념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견뎌 내고 혐오한. 기억이 없다면 복수도 없을 것이다.

죽은 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모른 체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

벨라 비스타 클리닉이 전면에 부상했다. 전직 직원이 증언을 한 것을 계기로(신문사에서 돈을 두둑이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곳에서 행해진 수상쩍은 진료 행위에 대한 완전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뒷마당이 파헤쳐지고 그곳 전체가 문을 닫았다. 나는 그곳 사진을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알렉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때, 그리고 그 이후, 그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혼자 긴 밤을 보내며. 집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기억한 것들, 그리고 내가 상상한 것들 또한. 상상한 것 역시 사실에 포함된다. 나는 기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벽을 가로질러 휘갈겨 쓰는 몸 없는 손.

나는 기념비를 원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알렉스를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로라는 내 왼손이었고, 나는 그녀의 왼손이었다. 우리는 그 책을 함께 썼다. 그것은 왼손잡이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보든 우리 둘 중 한 사람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로라는 네가 생각해 왔던 것과 다른 사람이고, 너 역시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존재란다. 그것은 충격적이지만 위안이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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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눈먼 암살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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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가 알고 싶은 것은 그들이 외식을 하는 이유다. 왜 그들은 그의 방에 머물지 않는가. 왜 그는 조심성을 헌신짝처럼 버리는가. 그는 어디서 돈을 구했는가.

시의 경찰이 공산주의자 편을 들고 나서는 거리 전투가 목격되었다. 많은 포움 단원들은 감옥에 갇히거나 도망 중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모습은 그에게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여자들보다, 늙은 남자들보다. 그들은 언제나 전혀 예기치 않은 모습이다.

그는 얼굴을 돌려 밤의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다. 움푹 팬 눈, 얼굴을 감싸고 있는 젖은 것처럼 보이는 머리칼, 녹색 기가 도는 검은 피부, 검댕과 창밖으로 지나가는 나무의 검은 형태 때문에 희미하게 보이는 얼굴.

꿈속에서 그들은 어루만지고 서로에게 얽힌다. 그것은 충돌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것으로 비상은 끝난다.

희망과 그리움에 의해 이끌렸다가 두려움에 좌절한다

명예를 더럽힌 낙하병, 실패해서 재투성이가 된 천사들, 사랑이 찢어진 실크처럼 그들 뒤에 나부낀다. 적군의 지상 포화가 그들을 맞는다.

젊을 때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쉽게 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재에서 현재로 옮겨다니며, 시간을 손아귀로 구겨서 던져 버린다.

우리 자신이 바로 초고속 자동차다. 사물을, 그리고 사람을 제거해 버릴 수 있다고, 그것을 뒤에 내버려 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밤에 깨어 있기 위해 한밤중에 공장 야경꾼이 읽는 책. 성과 없는 하루를 보내고 난 판매 사원이넥타이를 풀고, 셔츠 단추를 끄르고, 발을 올리고, 칫솔용 잔에 위스키를 부어 마시며 읽는 책. 경찰이 지루한 밤에 읽는 책.

그곳의 신들, 관습, 놀라운 카펫 직조 기술, 노예화되고 학대당하는 아이들, 희생당할 처녀들. 일곱 개의 바다, 다섯 달, 세 개의 해. 서쪽 산과사악한 무덤들, 늑대가 울부짖고 죽지 않은 여자들이은신하는 곳.

가끔씩 몽환이 찾아든다.
그가 그녀 자신을 상상하는 모습을 그녀는 상상해본다. 그것이 그녀를 구제해 준다.

각각의 밀회 약속,
각각의 만남, 각각의 문과 계단과 침대.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들이 무엇을했는지, 그들이 그때는 무엇을 했는지. 심지어 그들이다투고, 싸우고, 헤어지고, 괴로워하고, 재회하던 것까지. 서로에게 베여 상처 입고 스스로의 피 맛을 볼 때까지 어떻게 사랑했던가 하는 것도. 우리는 함께 있으면 황폐해져. 그녀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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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눈먼 암살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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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 교육이 지닌 해악을 보여 주는 표본이었다.

위축된 속삭임, 바스락거리는 겨울의 덩굴나무, 마른 풀잎 사이에서 쉬익 하고 나는 가을바람 소리.

로라와 나는 내 방, 내 침대에 손을 꼭 붙들고 앉아서 저 위, 우리 머리 바로 위에서 분노와 슬픔이 실내에 내리는 뇌우처럼 날뛰는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가 그런 식으로 크게 소동을 부린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흘간의 안전함, 혹은 그에 대한 환상.

숨결로 축축해진 신문지는 빈곤의 냄새, 패배의 냄새, 개털이 묻고 곰팡이가 핀 가구 덮개 냄새를 풍긴다.

그녀는 먼저 취하는 것을 좋아했고, 영화 보러 가는 것이나 춤추러 가는 것을 싫어했다. 낭만적인 것이나 낭만을 가장하는 것을 싫어했다.

철없던 젊은 나날. 무명의 날들, 어리석은 오후들, 성급하고 속되고 빨리 지나가 버렸으며, 이전이나 이후에도 갈망을 불러일으키지 않았고, 말을 할 필요도, 지불해야 할 것도 없었던 시간. 그가 혼란스러운 일에 말려들기 전의 나날들.

그들의 광선총, 금속성의 꽉 끼는 옷에 싫증났다. 10센트짜리 스릴. 그래도 빨리 써 낸다면 밥벌이는 될 수 있다. 그리고 빌어먹는 사람이 입맛 대로 가려 댈 수는 없는 법이다.

멕시코 트리오, 단단하고, 부드럽고, 농밀하게 뒤얽힌 한 줄기 액체 같은 목소리. 그가 가야 할 곳은 바로 그곳, 멕시코다. 데킬라를 마시라. 타락하라. 한층 더 타락하라. 무법자가 되라

그곳에 일상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사적 경계선을 침범했다는 기분. 그녀는 벽장과 옷장 서랍을 뒤져 보고 싶다.

멕시코 트리오, 단단하고, 부드럽고, 농밀하게 뒤얽힌 한 줄기 액체 같은 목소리. 그가 가야 할 곳은 바로 그곳, 멕시코다. 데킬라를 마시라. 타락하라. 한층 더 타락하라. 무법자가 되라

그곳에 일상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사적 경계선을 침범했다는 기분. 그녀는 벽장과 옷장 서랍을 뒤져 보고 싶다.

연기로 가득 찬 방, 악마의 달, 그리고 당신?
나는 키스를 훔쳤고, 당신은 진실하겠다고 약속했지?
나는 당신 드레스 아래로 내 손을 밀어 넣었네.
당신은 내 귀를 물었고, 우리는 마구 어질러 놓았네.
이제 새벽이고, 당신은 가 버렸지.
그리고 나는 우울해.

그가 무엇을 망쳐 놓는 것은 아니야. 아니, 적어도 이미 구매되고 돈거래가 끝난 것을 타락시키는 것은 아니지. 부정한 지하 세계의 우두머리가 이미 왔다가 간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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