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지원 옮김 / 유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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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반복되는 이 허영의 춤사위에 너무나 넘치는 존재였던 그는 어디에나 있었으나 어디에서도 진짜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불로뉴 숲을 산책하고 돌아오던 길에 마르셀은 천식 발작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끔찍한 발작은 이후 평생 동안,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의 가슴을 조각조각 옥죄었다.

우리는 사람이 죽을 때 몸이 차갑게 식어 가는 그 짧은 몇 분 동안 그들의 현존, 우리와 함께 있음의 상태가 영원히 끝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의 지평선을 넘으려 할 때마다 그의 정신의 빛이 우리의 길을 비춰 줄 것입니다

운명이 모진 손으로 그를 부담 없고 가벼운 잡담의 세계에서 갑자기 낚아채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인 어두운 세계로 몰아넣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세계는 간혹 내면의 빛으로 희미하게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납작한 테이블이 앞에 놓인 바로 그 자리에서 그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성글게 써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홀로 투병하던 그는 1922년 11월 18일에 결국 사망했다.

이 사람이 우리에게서 떠나간다는 것은 종말도 아니고 힘든 끝맺음도 아닙니다. 절멸하는 존재에서 불멸하는 존재로 슬쩍 옮겨 가는 것뿐입니다

그는 항상,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오직 홀로 모든 이에 맞서 아무도 건드리려 하지 않는 것을 과감히 감행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죽음에게 단단히 한 방 먹였다. 관찰, 예술가의 숭고한 그 마지막 제스처는 죽음의 공포마저 이겨 냈다.

찰나의 디테일이 아래위 두 속눈썹 사이에서 항상 깨어 있는 눈을 사로잡고, 이어지고 표현되고 우회하고 정체하는 대화가 소리의 진동으로 여과 없이 그의 귓가에 머물렀다

결코 닿을 수 없는 그 풍경을 읽기 위해 그는 여행길에 책, 책, 수많은 책을 가지고 갔다.

썩어 가는 짐승의 시체처럼 항상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거칠고 힘겹게 약에 찌든 숨을 내뱉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끝없는 기침과 경련으로 비쩍 마른 몸을 벌벌 떨며 지내는 것이 이 위대한 작가의 비극적인 초상이었다.

아홉 살 이후 그에게는 거의 모든 일이 금지되었다. 여행, 활기찬 놀이, 부산스러움, 경솔함 등 보통 유년기라 하면 떠올리는 모든 것이. 그럼으로써 그는 일찍부터 섬세하고, 예민하고, 까칠하고, 신경과 감각이 매우 민감한 관찰자가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병세가 회복 불능 상태를 보이자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저술에 몰두했고, 1922년 작품의 완간을 두 눈으로 보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발견자와 지도자로서 창조하고 해석했던 모든 것은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서른다섯 살이 될 때까지 실은 가장 가소롭고, 가장 어리석고, 아무 의미도 없는 한량 생활을 계속하며 살롱과 사교계에서 세월을 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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