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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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가 그녀에게 미소 짓는모습을 그렇게 좋아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가 치킨햄 페이스트를 찾는다고 말했을 때 안내해주겠다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는 알지도못하는 낯선 사람과 캐시앤드캐리 매장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이름도 알려주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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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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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냄새처럼 몸에 달라붙는다.
당신은 다른 아이들에게서 그것을 감지한다.
각각의 유년기는 특유의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냄새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우리는 때때로 자신에게서 남들보다 나쁜냄새가 날까 봐 두려워한다.
당신이 어딘가에 서서 석탄과 재 냄새가 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는 소녀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소녀가 당신의 삶이 풍기는 끔찍한 악취를 알아차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다.
그렇게, 은밀하게, 당신은 어린 시절을 내면에 품고 사는 어른들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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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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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고,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달을 향해 걷는 것처럼 희망의 방향만찾을 수 있다면,

"이를 응시하는 우리 앞에는 우리의 삶과는 다른 삶이, 우리자신들 그리고 다른 것으로 이뤄져 있는 또다른 삶이 응집되고해체된다.
완전히 통찰하는 견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무의식적이지도 않은 잠자는 사람은 이상한 동물, 기이한 식물,
끔찍하기도 하고 기분좋기도 한 유령들, 유충들, 가면들, 형상들, 히드라, 혼란, 달이 없는 달빛, 경이로움의 어두운 해체, 커지고 작아지며 동요하는 두꺼운 층, 어둠 속에서 떠다니는 형태들,
우리가 몽상이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실재에 접근할 수 있는통로라 할 수 있는 이 모든 신비를 언뜻 본다. 꿈은 밤의 수족관이다."

지구의 나이 사십육억 년을 일 년으로 치면 한 달은 약 사억 년,
하루는 천삼백만 년, 한 시간은 오십오만 년이 된다.
그런 식으로 따져보면 공룡은 12월 11일에 나타나 16일에 사라졌고, 인류는12월 31일 저녁 여덟시에 처음 등장해 열한시 삼십분이 되어서야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대문명은 자정 이 초 전에 시작됐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바얀자그에서 본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
그건 시간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부서진 돌처럼 흩어져 내린, 깊은 시간의 눈으로 보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공룡의 사체였다.

새벽별처럼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다가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사라졌다.
분명 서로의 육체에 가닿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절이 두 사람에게도 있었건만,
그리고 그때는 거기 정미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모든 게 의심스러워졌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른 모든 생명들에게 그랬듯 그들의 인생에도 시간의 폭풍이 불어닥쳤고, 그렇게 그들은 겹겹이 쌓인 깊은 시간의 지층 속으로 파묻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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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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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흘러내리며 힐디치 씨의 뺨과 턱으로
시내를 이루더니 목으로 뚝뚝 떨어져 셔츠와 조끼를 적신다.
방안의 흐느낌은 신음으로 바뀌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동물이 낼 법한 괴롭고 애처로운 소리가 된다. - P320

자신만을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다, 하고 말이야.
때로는 그래야 해, 그러지 말라는 말이 아니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
이건 하루하루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일이야.
펠리시아가 겪어야 했던 일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지만 펠리시아의 불운한 아버지와 할머니, 오빠들 역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거지.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이게 다야.
우리는 모두 끔찍한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어,
펠리시아. 때로는 그럴 용기를 내야 하는 거야."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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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2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ㅠ.ㅠ
이 책 많이 슬픕니다
이 책을 저는 병원에서 읽었거든요 ㅜ.ㅜ

어쩌다냥장판 2022-10-13 01:09   좋아요 1 | URL
저는 지금 중간 쯤인데 이게 스릴러인건가 힐디치씨가 실인을 저지른건가 내내 궁굼해서 끝을 먼저 읽고 읽을까 고심하고 맀었아요 진짜 재밌는데 슬프다니 ㅜ 이런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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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두려움이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지금 이 눈보라의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어둠이 내린 밤, 보이는 거라고는 그저 자신의 모습뿐인
칠흑 같은 창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 의미없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의미 없는 것들의 무자비함을.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욕심은 없고
절대로 화내지 않고 보니 세상이
언제나 조용히 웃고 있는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나는 가능한 거의 모든 인간들의 진심을 나의 저울에 올려본다.
이 저울의 반대편에는 사실의 세계가 놓여 있다.
지금까지 나의 저울은 누군가가 주장하는 진심 쪽으로 기울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인간을 연민한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자명한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인간들은 쉬지 않고 헛된 이야기를 만든다.
그 임시방편의 이야기에진심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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