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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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두려움이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지금 이 눈보라의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어둠이 내린 밤, 보이는 거라고는 그저 자신의 모습뿐인
칠흑 같은 창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 의미없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의미 없는 것들의 무자비함을.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욕심은 없고
절대로 화내지 않고 보니 세상이
언제나 조용히 웃고 있는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나는 가능한 거의 모든 인간들의 진심을 나의 저울에 올려본다.
이 저울의 반대편에는 사실의 세계가 놓여 있다.
지금까지 나의 저울은 누군가가 주장하는 진심 쪽으로 기울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인간을 연민한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자명한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인간들은 쉬지 않고 헛된 이야기를 만든다.
그 임시방편의 이야기에진심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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