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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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고,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달을 향해 걷는 것처럼 희망의 방향만찾을 수 있다면,

"이를 응시하는 우리 앞에는 우리의 삶과는 다른 삶이, 우리자신들 그리고 다른 것으로 이뤄져 있는 또다른 삶이 응집되고해체된다.
완전히 통찰하는 견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무의식적이지도 않은 잠자는 사람은 이상한 동물, 기이한 식물,
끔찍하기도 하고 기분좋기도 한 유령들, 유충들, 가면들, 형상들, 히드라, 혼란, 달이 없는 달빛, 경이로움의 어두운 해체, 커지고 작아지며 동요하는 두꺼운 층, 어둠 속에서 떠다니는 형태들,
우리가 몽상이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실재에 접근할 수 있는통로라 할 수 있는 이 모든 신비를 언뜻 본다. 꿈은 밤의 수족관이다."

지구의 나이 사십육억 년을 일 년으로 치면 한 달은 약 사억 년,
하루는 천삼백만 년, 한 시간은 오십오만 년이 된다.
그런 식으로 따져보면 공룡은 12월 11일에 나타나 16일에 사라졌고, 인류는12월 31일 저녁 여덟시에 처음 등장해 열한시 삼십분이 되어서야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대문명은 자정 이 초 전에 시작됐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바얀자그에서 본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
그건 시간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부서진 돌처럼 흩어져 내린, 깊은 시간의 눈으로 보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공룡의 사체였다.

새벽별처럼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다가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사라졌다.
분명 서로의 육체에 가닿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절이 두 사람에게도 있었건만,
그리고 그때는 거기 정미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모든 게 의심스러워졌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른 모든 생명들에게 그랬듯 그들의 인생에도 시간의 폭풍이 불어닥쳤고, 그렇게 그들은 겹겹이 쌓인 깊은 시간의 지층 속으로 파묻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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