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1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박상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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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가 창궐하던 시기, 인간의 가장 저속한 욕망까지 가감없이 다른 작품이다. 열 명의 남녀가 하루에 하나씩 한 토크를 열흘 간, 100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날에는 주제가 있다. 주제는 주로 性에 관한 이야기이며, 마지막 날 이야기는 '관용'을 다루고 있다. 아흐레 동안 욕망을 이야기하다 열흘째 되는 날 뜬금 없이 관용이라니? 단테의 '단테 알리기에리의 기쁨의 노래(나는 '신곡'이라는 제목을 싫어한다.)'가 '지옥'과 '연옥'에서 추악한 인간의 모습만을 다루다 '천국'에서 가장 고귀한 인간의 영혼을 묘사한 것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역시 보카치오가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이야기의 90%를 차지하는 교훈이 아니라 인간의 평범한 욕망이 아닐까. 이 평범한 욕망은 수천년간 변하지 않았으나, 사회 관습 또는 윤리의식에 따라 표출되는 것이 제한되기도 했다. 특히 인간의 모든 행위가 신에 귀속된 유럽 중세에는 오죽했으랴. 한 여자와 두 남자의 동거를 다룬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이 당시 상당히 문제작이었던것처럼 데카메론은 그 당시 교회에서 마땅찮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수녀나 수도사들이 성생활을 탐닉하는 이야기라니 말이다. 또 이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중세를 지나 근대가 가까워옴을 느낄 수 있다.

 

여담. '보카치오'하면 떠오르는 것이 1990년대 성인비디오이다. 비디오 가게에는 '보카치오 1992' 이런 식의 제목에 수영복을 입은 남녀가 나란히 서 있는 포스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성인 남녀의 코믹하고 야한 이야기. 데카메론을 읽고 난 지금 이것이 얼마나 기막히게 들어맞는 컨셉인지 깨닫게 되었다.

부패한 정신은 결코 언어를 건전하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고상한 언어가 부패한 정신과 어울리지 않듯, 고상하지 않은 언어가 건전한 정신을 더럽히지도 못합니다. 그건 마치 햇빛과 진흙 또는 하늘의 아름다움과 땅의 추악함의 관계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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