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익 평전 - 대한민국은 그를 여전히 그리워한다
고승철.이완배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읽은 지 보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고 김재익 수석은 박정희 대통령 때 공직을 시작해 전두환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어 그로부터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는 말까지 들은 인물이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전통을 이어받은 극단적 자유주의자로서 한국에 '시장경제'를 이식했다. 그리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떠난 이후 한국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3저의 효과를 제대로 누린 것도, 최초의 흑자 및 (역설적이게도)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오일쇼크에 따른 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의 선물이라는 것이 평전의 분석이다.

 

부가가치세 실시, (실패하였지만) 금융실명제 추진, 정보통신기술 혁신, 예산동결 등 그가 우리에게 주고 간 것은 너무도 많고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는 또 프리젠테이션의 명수였다고 한다. 어머니든, 동료든, 대통령 혹은 외국인이든 그의 수준에 맞는 말을 해서 이해시키는 데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그 당시 유투브 같은 미디어를 통해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보였다면, 그는 경제 뿐 아니라 프리젠테이션에서도 잡스만큼의 명성을 얻지 않았을까.

 

더욱 나를 울린 것은 공직자로서의 자세였다. 누구에게든 항상 겸손하고 존중했으며 높임말을 사용했다. 모든 공을 '팀'에게 돌렸다. 설득의 과정을 중요시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고 실무자와 진지한 토론을 통해 설득을 하려 했고, 위에서 거꾸로 내려오도록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청렴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음에도 아랫사람을 위했다.

 

이 평전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다. 3공,4공 정부 때 경제성장론에 제동을 걸고 경제를 정상화한 사람은 전두환의 단단한 신임을 얻은 안정론자 김재익이었다. 아시다시피 지난 이명박 정부는 성장의 기치를 내걸었고, 그로 인해 국가 재정이 급격히 열악해지자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정 균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부에 과연 '김재익'이 있는가? 그와 함께 했다던 경제부총리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김재익의 선택이 역사의 큰 물줄기 하에서 옳았는지 아닌지는 판단하기에는 나란 존재는 너무도 작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아니었다면 한국경제는 여전히 '성장'이라는 가치에 매몰되어 IMF 같은 국가적 위기사태가 훨씬 앞당겨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역사란 참 재미있다. 어느 시대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곧 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시바 료타로의 걸작 "료마가 간다"의 마지막 문구는 김재익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하늘이 이나라 역사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이 젊은이를 지상에 보냈고 그 사명이 끝나자 서슴없이 하늘로 다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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