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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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세트

저자
조정래 지음
출판사
해냄 | 2013-07-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미래와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세계 경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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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반 동안 유럽 고전문학에만 매달렸다. 한국 작가 것은 언제였지? 2008년 이문열의 '초한지'가 출간되었을 때 읽었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나는 우리문학에 관심이 없다.

 

'조정래'라는 이름은 그런 나의 시선을 다시 우리나라로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아리랑'을 처음 읽은 후 엄청난 충격에 밤샘하며 읽어 내려간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조정래는, 조정래의 '대하소설'은 그런 존재였다.

 

정글만리는 대하소설은 아니지만 대작임에는 틀림없다. 비록 활자는 크고 페이지당 글자 수는 적게 하여 4백 페이지 분량 책을 세 권으로 찍어냈음에도 말이다. 거대한 중국을 대상으로 작가가 발로 뛰어다니며 취재한 생생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조정래의 작품에서만 느껴지는 매력이다.

 

'정글만리'는 기업소설이다. 종합상사원 '전대광'을 중심으로 한 한국 비즈니스맨들과 중국 관리, 일본 기업인의 이야기가 큰 줄기이다. 한편으로는 중국 근현대사, 정치.경제.사회문제, 중국인들의 풍속과 습성 등을 중심인물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은 상품의 질을 따지기 전에 사람의 질을 따지기 때문이오."

- 3권, 279쪽

 

중국을 '상품시장'으로 인식하여 그들을 상대하는 서양·일본과 달리 한국의 기업인들은 그들의 언어는 물론 그들의 예절, 그들의 정치구조, 그들의 역사까지 익혀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글과도 같은 중국의 기업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도 나름 비즈니스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의 한국주재원들에게는 도저히 이길 수 없겠다. 특히 현지 바이어들과의 기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마오타이를 맥주글라스로으로 아홉 잔을 요령 있게 원샷하는 이야기, 뱀을 날로 먹은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조정래 작가는 없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분명 누군가의 경험담을 이름만 바꾼 것일게다.

 

전대광의 이야기가 중국의 모든 것은 아닐 게다. 기껏해야 백분의 일, 아니 만분의 일. 조정래 작가는 우리에게 '중국을 공부하라'는 실마리만 던지고 흥미를 유발했을 뿐이다. 이 소설 이후는 읽은 사람의 몫이다. 

 

작품 중간중간 작가의 깨알같은 일본 디스는 여전했다. 일제강점기 민중의 아픔을 다룬 그의 소설 '아리랑'을 프랑스 작가 테르지앙이 각색한 희곡 제목이 '분노의 나날'이며, 뉴라이트 계열 서울대 모교수의 '아리랑' 비판기사 제목이 '분노로 써내려간...'이라고 할 만큼,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초 일제의 잔학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다. '정글만리'에서 그려진 '난징다투사(남경대학살)' 박물관에 전시된 사진 묘사는, 그들을 이해하고 가까이 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청산되지 않은 침략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생각을 우리에게 심어주려 한 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조정래는 '역시' 조정래였다. 총 1200페이지의 분량을 지루함 없이, 번역문학에서는 느끼기 힘든 우리말의 맛깔스러운 표현들을 감미해 가며, 직장 내 중요한 행사 준비에 바쁨에도 알음알음하여 딱 일 주일 걸쳐 읽었다. 주말인 오늘, '아리랑' 아무 권이나 집어 읽어보려 한다. 처음 읽었을 때의 그 기억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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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 사회를 운영해 가는 중국식 법칙이다.

- 1권, 101쪽

 

"북풍이 일어야 기러기가 오고, 돌을 던져야 파문이 인다는 중국 속담 알아요?"

- 1권,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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