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책세상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나에게는, 버트런드 러셀 자서전과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 이은 역대급 첫 문장이다. 이 작품의 대한 리뷰의 상당수가 나처럼 이 첫 문장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첫 문장이 내용 전체를 암시하는 작품이 종종 있다. 까뮈의 이방인은 그 절정이다.

 

사차원적 인간. 모든 것에 무관심한 인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인간. 그런 인간을 까뮈는 '이방인'이라고 불렀다. 이방인 '뫼르소'는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점차 소원해져 간다.

 

사건 전개방식은 다소 충격적이다. 엄마가 죽었다.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 이야기 하고, 장례식에 참석한다. 다시 친구와 만남. 그리고 살인. 그리고 재판. 그 재판 결과.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이 짧은 중편에서 모두 연결된다. 작가는 일상적인, 소소한 것들을 점진적으로 큰 이슈로 발전시켰다. 이 점이 충격적이었다.  

 

흔히, '이방인'에는 '부조리'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까뮈가 말하는 부조리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작품에서는 한 번의 언급이 있을 뿐이다.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동안, 내 미래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항시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 난달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 다, 그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 137쪽

 

내가 주목한 점은 '이방인'에 나온 사형제도에 대한 작가의 시각인데, 뭔가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아 그 진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작품 중 '단두대에 대한 고찰'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았는데, 그걸 읽으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사형 집행보다 더 중대한 일은 없으며, 요컨대 그것이야말로 사람에게는 참으로 흥미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것을 어째서 그때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일까!

- 128쪽

 

'이방인'의 스타일처럼, 무관심한 듯한 어투의 짤막짤막 문장으로 리뷰를 써봤다. 원체 쉽지 않은 문장에 이런 식으로 리뷰를 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이방인'은 한 번 읽은 것만으로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씌어진 것 같다. 그 껍질을 벗겨내려면 그의 다른 작품도 함께 읽어봐야 할 듯하다.

 

일러스트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이자면, 그래픽노블의 거장의 작품이라 하지만 일본만화 그림에 익숙한 나에게 이해하기 좀 어려웠다. 작품을 읽는 이해를 돕고자 이걸 선택하긴 했는데, 그것과는 별 관계 없다. 글씨가 작아 읽기 오히려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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