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오 소스테누토 - 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
문학수 지음 / 돌베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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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먼저 딴지를 걸어보자.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클래식에서는 가장 유명한 지시어중 하나로, 보통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월광' 1악장을 가리킨다. 느리면서 침착하게 연주하되 음 하나 하나 충분히 눌러서 무겁게 연주하라는 뜻인데, 피아노 음악을 좋아한다는 저자가   주요 음악가의 생애와 음악관, 곡들을 하나하나 곱씹은 책이란 뜻에서 이런 이름을 붙인 듯 하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정작 베토벤에 대힌 이야기는 빠져 있다. 장난쳐?

제목은 그렇다치고 내용은 읽을만하고 음악을 들을 때에도 참고할 부분이 많다. 클래식 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인데, 직전에 읽었던 정윤수의 '클래식 시대를 듣다'만큼은 아니지만 여러 음악 전문서적에서 발췌한 정보들이 책의 신뢰성을 더해주고 있다. 아울러 저자가 인용한 책들에 대한 구매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아주 나쁜'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편과 현대 지휘자, 피아니스트를 다룬 후편이다. 작곡가는 앞서 말했듯 베토벤이 빠져있고, 대신 하이든이 2장에 걸쳐 소개되어 있다. 그간 읽은 에세이 중 하이든을 다룬 책은 의외로 많지 않은데 덕분에 흥미롭게 읽었다. 쇼팽도 마찬가지. 누구보다 아름다운 피아노곡을 썼고, 굴곡 많은 생을 살아 간 쇼팽이지만 에세이에서는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여기서 간략하게나마 그의 삶과 음악을 조감할 수 있었다.

책 후반부에는 카라얀, 하스킬, 호로비츠, 리흐테르, 굴드, 바렌보임 등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호개되어 있다. 카라얀은 그의 음악의 예술보다는 나치에 부역한 것과 초기 레코드 시대의 신화로 자리잡은 과정을 소개한 것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아 저자는 그를 크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연주자에 대한 소개도 주로 그들의 생애와 '피아니즘'에 맞춰져 있다.

흥미를 끈 것은 '나쁜 남자' 바렌보임이다. 책에서 소개한 통념 때문에 나도 그를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2011년 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소년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을 때 그 오케스트라의 뒷 이야기를 찾아 보면서, 이스라엘에서 금기된 바그너를 연주하려는 그의 노력을 보면서, 그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세계음악계를 주름잡는 명지휘자이지만 유수의 다른 지휘자처럼 '독재자'라는 평을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책의 막판, 저자가 소개한 그의 말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정치적으로 옳다'는 말은 이미 철학적으로 틀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타협을 의미하니까요."

<2013.5.31.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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