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한 인물의 연대기에 역사가 함께 하는 것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포레스트 검프'가 그랬고,

얼마 전 읽은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이 그랬다.

노부히로 와츠키의 만화 '바람의 검심'도 넓게 보면 이 범주에 속한다.

 

이 노인, 별나다. 별 생각이 없다.

어디에 부딪히는 것도 없고, 딱히 어떤 신념을 지닌 것도 아니다.

다이너마이트를 처음으로 만든 나라, 스웨덴에서 노벨의 회사에 취직해

폭탄 전문가가 된다.

단지 이 재주 하나만으로 수많은 인물들을 만나 역사의 한 가운데 위치하게 된다.

 

프랑코, 해리 트루먼, 오펜하이머, 쑹메이링, 장칭, 스탈린, 김일성과 김정일, 마오쩌둥, 처칠, 드 골, 존슨...

 

거기에 스페인 내전, 맨해탄 프로젝트, 국공내전, 한국전쟁, 이란대사관사건 등이 그와 함께 하는 것이다. 그가 폭약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이렇게 세계여행을 하게 된 것도, 그리고 전혀 공통점이 없는 유명인사들과 친구가 된 것도 그의 유들유들한 성격에 따른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의 어머니가 그에게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데, 그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게 될 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한 것처럼, 이 노인의 어머니도 '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며, 앞으로도 일어날 될 일이 일어나게 될 뿐' 이라고 가르치는데, 이 말이 그의 일생과 함께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노인과 그의 친구들이 사고로 (비록 깡패이지만) 두 사람을 죽이게 되고, 그 사체를 유기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코믹하게 그려졌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무거운 범죄인데,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그려낸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본다.

 

무더운 여름날, 5백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읽었다. 역자의 번역 또한 얼마나 유머를 맛깔나게 전달하는지, 특히 소년 김정일을 '어린 김정일 동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모든 사람이 이 재미있는 책을 즐겼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