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하드커버 한정반, Deluxe hardback edition] [2CD+DVD]
베르디 (Giuseppe Verdi) 작곡, 솔티 (Sir Georg Solti) 지휘, / Decca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이탈리아와 독일 오페라의 양대 산맥,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 해.
그리고 마에스트로 게오르그 숄티의 탄생 100주년 해.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난 이런 말에 약하다. (그래서 일요일인 오늘 짜파게티를 끓여먹었다.) CD시장이 점차 사양산업이 되고 있지만, 이런 anniversary들이 그나마 음반산업을 지탱해주는 주요 요인이고, 나같은 사람이 있어 그들도 먹고 산다.
 
게오르그 숄티 지휘, 안젤라 게오르규 주연의 '라 트라비아타'는 내가 처음 사는 오페라 CD인데, 이것을 선택한 이유는 DVD를 같이 동봉되어서였다. 두달 간 음악만 듣다가 연휴를 맞아 dvd를 돌려보았다.
 
오페라를 처음 듣기 때문에 이 음반에  대해 좋다, 나쁘다 평을 내리기는 어렵다. 단, '칼라스의 「토스카」가 그렇듯이 「라 트라비아타」를 들으며 그녀(안젤라 게오르규)를 능가하는 성악가를 떠올리기란 불가능하다. 반들반들 빛나는 무결점 목소리에 완벽한 아티큘레이션을 구사하는 게오르규의 비올레타는 서덜랜드와 파바로티의 기억을 지워버릴 만큼 위력적이고 확신에 차 있다'(노먼 레브레히트 저, 장호연 역,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 라는 평가나, 다수의 오페라 에세이에 추천 음반(DVD)에 꼭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볼 때 꽤 괜찮은 공연이었던 점인 것은 분명한 듯 하다.
 
그럼 초보자의 감상평은 어떨까? 이 작품은 '축배의 노래(Libiamo ne' lieti calici)'가 너무도 유명하며, 내 첫 오페라 작품으로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몇 번 듣다보니 이 곡 외에도 귀에 착착 달라붙는 멜로디가 많았다. 이후에 '리골레토'나 '아이다'를 조금씩 들어보니 흔히 들을 수 곡들이 베르디에게서 온 것인 걸 알고 흥분되었다. 슈베르트의 실내악을 알아갈 때의 기쁨을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똑같이 느꼈다고나 할까.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곡은 2막의 마지막, '알프레도, 당신은 알지 못해요(Alfredo, Alfredo di questo core)'이다. 알프레도에게 모욕을 당한 비올레타가 눈물로 호소하고 주위사람들이 알프레도를 나무라며 부르는 노래이다. 그냥 듣기만 할 때는 '좋다'라는 느낌 뿐이었는데, DVD를 보면서 이야기를 음미해가면서 들으니 엄청난 하모니와 더불어 대단히 큰 감동을 주었다.
 
DVD를 보면서 발견한 또 다른 명곡은 1막, 알프레도의 고백과 그것에 흔들리는 비올레타의 심경이 묻어나는 노래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Un di felice, eterea)'이다. '오페라는 표현의 과장 또는 과잉이다'라는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었는데, 두 사람 간 오가는 감정을 지극히 섬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그것을 매우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안젤라 게오르규의 목소리는 무언가 꽉 막힌 듯한 게 처음에는 거슬렸는데, '토스카'나 '라보엠'의 아리아들을 들으며 익숙해지니까 괜찮다.(괜찮다기보다는 마리아 칼라스를 비롯한 다른 디바들도 이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DVD로 만난 20대 후반의 게오르규는 대단한 미인이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성이 2시간 가까이 무대를 휘어잡을 것이라는 것을, 그녀를 발굴한 게오르그 숄티는 예상했을까? 어쨌든 그녀는 숄티의 기대에, 그리고 관객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고, 이 음반은 내가 구입한 이 특별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담이지만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에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오페라를 보러 갔는데 그 것이 바로 '라 트라비아타'였으며, 영화 역시 이 오페라를 모티브로 했다는 설명이 있다. 문득 얼굴이 약간 길고 큰 눈, 큰 입을 가졌다는 점에서 게오르규와 로버츠는 상당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오르그 숄티 경의 음악도 처음 접하는데(실내악만 들었으니 지휘자란 직업을 가진 사람을 접한 적이 거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음반인 '니벨룽의 반지'의 바로 그 사람의 관록이 묻어나는 명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오페라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로 시작한 것, 그리고 이 음반으로 시작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음악이 귀에 익숙해진 후 공연 영상을 보게 되면 그 감동이 두 배로 다가옴을 깨달았다.
 
그 유명한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판 '라 트라비아타'가 궁금해진다. 유투브로 조금씩 봤는데, 모든 화려한 의상을 생략한 채 남성들의 검은 정장과 비올레타의 붉은 원피스, 그리고 흰 배경만으로 연출하여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또 어떤 느낌일까.
 
최근 유투브를 통해 영어 자막이 달린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과 '토스카'를 보긴 했는데, 영어자막이 달린 것을 구하기는 꽤 어렵다. 오페라 CD 구입비용이 감당이 안 되어서 멜론 스트리밍 결제를 해버렸는데, 앞으로는 DVD 구입비용이 문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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