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 당신이 오페라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모든 것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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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듣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두번째로 읽는 오페라 입문서.

 

박종호라는 사람은 꽤 여러 책을 쓴 클래식 애호가인데, 그의 오페라 사랑은 정말 못말린다. 한 마디로 오페라에 '미친' 사람. 비전공자로서 오페라에 이토록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는 건 미치지 않고서는 설명될 수 없다. 압구정에 클래식 전문 매장인 '풍월당'을 연 것으로 모자라 오페라단까지 갖고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가져야 그게 가능할까.

 

이 책은 오페라를 듣기 위한 모든 준비작업을 알려준다. 친절하게도 '오페라를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긴 나'가 이웃 오페라 애호가 아저씨와 대화하며 점차 배워가는 형식으로 씌어져 있어 읽기에도 편하다. 오페라의 기원, 오페라 가수의 종류, 나라별 발전과정, CD와 DVD 고르는 법, 복장과 에티켓까지. 특히 마지막에 비싼 돈 주고 오페라를 보는 사람들을 '졸부'라고 보는 시각에 대하여 변호를 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그들이 비싼 티켓으로 오페라를 보기 때문에 공연단의 유지가 가능하고, 저렴한 티켓이 나올 수 있다는, 즉 오페라가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애호가로서, 자산가들에 의해 오페라 후원시스템이 정착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즐기기를 바람을 드러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의 자매편으로 '오페라 에센스55'가 있는데, 몇 개만 읽고 저자의 대작 '불멸의 오페라' 시리즈로 넘어가려 한다. '오페라에서 배우는 역사와 문화'에서 몇 가지 오페라에 대해 너무 상세히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은 좀 약하다는 느낌이다. 단, '에센스55'에는 '불멸의 오페라'가 다루지 않은 몇 개가 있는데, 이는 저자가 '불멸의 오페라'를 계속 출간하리라는 예고로 보인다. 가볍게 읽기 원한다면 '에센스55'만 읽어도 충분할 터.

 

책을 읽으면서 유투브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들었다. 자막이 에스파냐어라 어짜피 봐도 모르기 때문에 음악만 들은 것이다. 굳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그냥, TV에서 공연광고가 나오기 때문이다. 투란도트 전문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이란다. 내가 들은 건 프랑코 체피렐리가 연출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실황인데, 플라시도 도밍고의 노래를 듣는 순간 속으로 '와~' 하고 생각했다. 세계 3대 테너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순간 깨달은 것이다. 공부 좀 하고 다시 봐야겠다.

 

오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두 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직장교육에 온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이 '서양 CEO들은 사교모임에서 세가지를 이야기한다. 역사, 철학, 오페라'라고 말한 데서 충격에서이다. 나는 그간 '성악은 기악의 시녀'라는 생각을 (근거없이) 줄곧 해왔고 특히 악기 수가 적을 수록 좋은 음악이라고 (근거없이) 여기고 있다. 그런데 오페라라니! 다른 하나는, 위에 언급한 대로 TV에서 '투란도트' 광고를 하는데 어머니가 보러가고 싶다고 한 것이다. '재미있느냐'라고 말했더니 '알고 보면 재밌다'고 하셨다. 그리하여 몇 권의 오페라 책을 뒤적인 결과 깨달은 건, 오페라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음악은 물론 문학, 역사, 철학 등 배경지식을 충분히 숙지하고 공연을 보러 가야 '티켓값을 한다'는 것이다. 오오 이 얼마나 지적 허영으로 충만한 간지나는 일인가. 내가 꿈꾸는 그런 독서가 오페라 듣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와 오페라에 조금 관대한 마음을 갖기로 했다. 조금만 시간과 돈을 투자해보자. 그래도 안 맞는다 느껴지면 그만 두면 되고... 다행히 친절한 해설서들을 만나, 오페라로 가는 길이 수월하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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