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최후의 날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빅토르 위고 지음, 한택수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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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를 다룬 영화들은 여럿 보았다. 손펜의 연기가 빛났던 '데드맨워킹', 여성수감자들의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하모니', 그리고 지금 돌풍이 불고 있는 '7번방의 선물'. 이 중 '데드맨워킹'은 미국 사형제도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사형도 결국 재력 또는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사형집행인 약물투여에 벌벌 떨면서 눈을 감는 숀펜의 연기는 아직까지도 뇌리에 진하게 남아 있다.

 

위고의 '사형수 최후의 날'은 사형제도의 모순보다는 형 집행까지 사형수가 느끼는 극한의 공포를 묘사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마지막 저자 후기에서는 사형방식의 잔인함을 거론하면서 사형제도의 부당함을 주장한다. 목이 완전히 잘리지 않아 버둥거리면서 빨리 끝내줄 것을 애원하는 등...

 

그런데 나는 이러한 방식이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것으로서, 논리적인 설득력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인공이 사형을 받게 된 경위를 저자가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에서, 역자는 독자 누구든 주인공과 같은 위치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제도의 섬뜩함을 드러내 읽는 이들의 저항을 불러오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장치는 없으리라.

 

이 짧은 책에서 젊은 위고의 문체를 읽어낼 수 있다. 혈기가 너무 넘쳐서인지 느낌표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상당히 감정적이고 선동적이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여기서 보여준 위고의 휴머니즘 사상은 후의 그의 대작들에 대한 프롤로그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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