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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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완료한 빅또르 위고의 작품.

 

시민혁명 직후, 회귀한 잉글랜드 귀족사회의 모습을 담아낸,

그래서 '진정한 제목은 <귀족정치>'라고 소개한 작품.

 

'곰'을 자처하는 남자 우르수스, '인간'이라 불리는 늑대 호모,

그리고 그들이 키운 '웃는 남자' 그윈플레인과 장님소녀 데아의 운명.

환상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면서도

당대 영국사회에 대한 치밀한 관찰이 담겨 있다.

 

그윈플레인이 명성을 얻어가는 과정,

그 끝에 자신의 고귀한 핏줄에 대하여 알아내어

자신들의 세계에 편입을 거부하는 귀족들에게 민중의 대변자로서 일침을 날리고

한편으로는 좌절하는 이야기.

 

위고는 영국에 망명 중이었음에도, 그곳에 상당히 비판적 시각을 가졌던 것 같은데,

영국의 귀족제도나 형벌-고문제도에 대해 상세히 묘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자신의 전 작품에서 언제나 서민의 편에 서고자 했던 위고지만,

적어도 '레미제라블'이나 '93년'에서 이 정도의 신랄한 비판을 본 기억이 없다.

 

"백성들이 가지고 있는 멍청한 습관은, 자신들이 하는 공을 왕에게로 돌린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전쟁을 한다. 그 영광이 어디로? 왕에게로 간다. 그들이 모든 비용을 지불한다. 누가 후하다고? 왕이다."  - 321쪽

 

"특권의 아버지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우연입니다. 그리고 특권의 아들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악용입니다."  - 840쪽

 

유럽 문학사에서 손꼽히는 시인답게, 작품 곳곳에 시적 표현이 가득하다.

 

"폭풍우가 지나간 후 바다 위에 펼쳐지는 미소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바다가 어떻게 진정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 562쪽

 

"여명은 하나의 음성이다. 태양이, 잠든 그늘을, 즉 양심을 일깨우는 일 이외의 다른 무슨 일에 공헌하겠는가?" - 721쪽

 

"인생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어 가는 긴 과정에 불과해. 모두들 혜성처럼 각자의 뒤에 큰 슬픔의 긴 꼬리를 남기지. 운명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안겨주어 우리를 얼빠지게 하지." 912쪽

 

귀족들이 잡담을 나누는 부분이 길고 다소 지루하여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런 보석같은 문장을 발견하는 기쁨에 멈출 수 없었다.

이 기쁨은, 읽는 자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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