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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투자 처음공부 - 단돈 1,000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ㅣ 처음공부 시리즈 5
포프리라이프(석동민) 지음 / 이레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주식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책.
『마법의 연금 굴리기』와 『거인의 포트폴리오』를 읽으며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의 중요함을 깨달았고, 나아가 '안전자산에 투자하면 어떨까'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설령 주식을 하더라도 퇴직까지 10년이 조금 넘게 남은 나에게는 더 이상 잃으면 회생이 어렵기 때문에, 안전자산부터 단단히 다져놓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검색하다가 눈에 들어온 게 이 책이다.
저자도 역시 처음에는 주식을 했지만, 우연히 채권에 대해 알게 되어 공부한 끝에 지금은 투자는 오직 채권으로만 하고, 그렇게 해서 경제적 자유(프리라이프)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도대체 채권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얼마나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길래 테슬라 같은 개별주들의 폭등을 보고도 주식을 접게 된 걸까?
저자가 채권에만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책에서 내내 그 내용이 반복된다. 채권은 발행 기업의 신용등급을 보고 미리 평가하여 안전성을 알 수 있다. 채권이 나에게 가져다 줄 확정수익을 알 수 있어, 그 확정수익이 마음에 들면 산다. 한 번 매수한 채권은 만기까지 가져간다. 그러면 채권가격의 변동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저자의 메시지는 이것이며, 이 내용을 계속 강조한다. 혹자는 이런 투자 책들에서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걸 비난하지만, 잃는 투자만을 한 나는 머리속에 각인시킬 수 있어서 좋아하는 편이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채권투자에는 현란한 기술들도 필요없고, 판단기준이 단순해진다. 채권의 변동성과 관계된 '듀레이션'이라는, 채권 관련 뉴스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용어도 저자는 책의 맨 끝에 가서야 설명한다. 왜? 저자는 채권을 끝까지 들고 가기 때문에 변동성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공포에 떨어야 할 때는 신문에 나쁜 기사가 실렸을 때나 채권가격이 하락했을 때가 아닌, 신용등급 평가가 부정적이 되고, 실제로 신용등급이 내려갈 때'라고 말한다.
이렇게 단순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투자가 또 있을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투자가 지루하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저자는 '투자하는 것이 당신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당신은 아마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 좋은 투자는 지루하다.'라는 조지 소로스의 말로 대신 답변한다.
한편, 저자가 다루는 채권시장은 '장내채권'에 국한된다. 저자는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이 오가는 시장에서만 투자한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증권사 앱의 채권 부분 메뉴에서는 '장외채권'이 전면에 배치되고 장내채권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장외채권'은 증권사가 채권을 도매가로 사서 자사의 몰에 풀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증권사의 이익을 제하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란다.
또 채권 관련 책이나 기사를 훑어보면 '주식은 한국, 채권은 미국'이라는 문구를 자주 접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자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증권사가 중개하는 미국 주식 역시 장외채권과 같은 원리이기 때문이란다. 채권ETF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확정수익을 알 수 없고 변동성이 심한 게 사실상 '주식'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란다. 저자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권말에 눈에 띄는 점 몇가지만 더 언급한다. 『거인의 포트폴리오』에서 맨 처음 등장하는 포트폴리오는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6대4로 가져간다'는 것으로, 전통적인 자산배분 방식이라고 한다. '안전자산을 그렇게나 많이 해서 언제 돈을 벌지'하는 게 의문이었다. 종목 한두개만 잘 찍어서 들고 있으면 폭풍 성장할텐데 말이다(피터 필이『제로 투 원』에서 제시한 투자 철학도 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실제로 미국의 200년 간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40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반전이다. 장기적인 채권투자 수익률이 장기적인 주식투자 수익률을 압도한다(1986~2006)!
예금이자와 같은 안전성에 더해 이러한 압도적인 수익률 때문에, 저자는 이만큼 효율적인 투자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채권투자에서 한번도 큰 실패를 겪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가장 마지막에, 저자는 자신이 투자한 채권의 일부를 공개하는데, 보면 대부분 신용등급이 BBB로, 투자 가능한 등급의 마지노선이다. 표면이자율이 대략 5~7%인데, 은행의 예금이자보다는 당연히 높고 '일반적인' 주식투자의 기대수익이 (모든 사람들은 20%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7~8%인 점과 그 압도적인 안정성을 감안한다면 채권 투자도 합리적이라고 본다.
책 중간에는 뜬금포가 독자를 아리송하게 한다. 저자는 '절약의 힘'을 강조하면서 매장 커피 대신 믹스커피를 마시는 본인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저자의 말에 찬성하며, 나 역시 매장 커피는 사교적인 이유가 아니면 이용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이야기가 '나의 경제적 자유는 절약 정신과 안전한 채권투자가 결합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아'를 포기할 한국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으며, 커피 한잔도 못마시는데 경제적 자유가 무슨 소용인지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의 채권투자 책이다. '매수한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저자의 투자철학만 따른다면 따분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은 조금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전환사채 거래 같은 고급 기술들은 다른 책들로 보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안정성은 그만큼 포기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