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수한 리뷰와 별점이 달린 이 걸작에 내 소감을 얹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7부작(정확히는 6부작) 중 첫 편인 이 작품은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시대를 다룬다. 이방인으로 바닥부터 출발해 뛰어난 군인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섯 번이나 집정관을 역임한 그는 뭇 로마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그러나 구귀족 파트리카들로부터는 질시를 받는) '로마의 일인자'가 된다. 그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칭호는 '제3 건국자'. 누미디아의 반란을 진압하고, 그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면서 남하하는 게르만족을 격퇴함으로써 로마에 평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인 만큼, 비주류들의 친구였다. 이어지는 전쟁으로 자부담으로 병역을 이행할 로마시민이 거의 남지 않게 되자, 국비로 최하층들을 훈련시켜 강한 군대를 만든다. 전쟁 후 퇴역하는 그들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평정시킨 지역의 토지를 나눠 지급한다. 다섯번이나 집정권을 하는 동안 주로 군인으로 근무했고, 정치인 집정관으로 복귀하자 호민관을 움직여 퇴역병에 대한 토지배분을 완성하고, 선동정치로 나아가는 그들을 무력화시키고 조용히 물러나는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선동정치라고 하니, 지금 우리나라의 직업적 선동가들과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호민관에 세번 연속 당선된 사투르니누스(이름이 안 외워져 다시 찾아보고 쓴다)는 제 것도 아니면서 책임지지 못할 법을 제정한 점에서, 제 것도 아닌 국고를 인민들에게 뿌리는 상황을 즐긴다는 점에서, 자신이 선동적 언사를 하면 군중이 따르는 것을 즐겼다는 점에서 작금에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모 정치인을 묘사하는 것 같다. 그런 선동가를 따르는 군중을 두고 마리우스는 '빈 들통에 관심 갖는 황소'로 비유한다. 무슨 뜻인지는 제3권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저자는 기득권을 절대로 놓지 않으려는 파트리키(구 귀족), 그리고 시민을 선동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평민 호민관들을 모두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그리고 최하층 병사들을 훈련시켜 무훈을 세우도록 함으로써 자부심을 심어주고 토지를 배분해 주는 마리우스에게 호의적이다. 그 덕인지 그의 부인 율리아는 젊고 아름답고 현명한 부인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인민이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본 것일까? 민주적인 지도자가 아니고? 적어도 인간의 역사를 보면 작가의 생각에 조금 더 동의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 지명들, 시설들, 길지만 비슷하게 반복되는 이름들 때문에 적응하려면 다소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그래서 생소한 것들은 흐름이 끊기더라도 가이드북을 봐가면서 읽었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넘고 나면,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소감처럼 무한한 즐거움이 펼쳐진다. 작가가 묘사하는 인물, 사건, 지리, 풍습 등이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기 때문에 로마사에 대한 지식이 자연스레 업되는 것은 덤. 


후에 이어질 연작들의 제목들은 모두 이 책에 암시가 있다. '풀잎관'은 술라가 율릴라로부터 받은 것으로서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그 자신을 가리킨다. 내전을 종결한 카이사르를 암시하는 '시월의 말'의 의미도 이 '로마의 일인자'에서 찾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