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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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등 기존의 그리스 로마 책들은 이야기 중심이다 보니 권수는 많아도 내용을 다 담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에 반해,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580여 페이지에 지금까지 알려진 신화의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오비디우스는 물론, 플라톤, 3대 비극작가를 거쳐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으로 마무리하기 때문에, 다 읽고 나니 마치 천병희의 역서들을 갈무리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아이스퀼로스 비극전집』 7편 중 3편, 소포클레스 비극전집』 7편의 비극 중 6편, 『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 19편 중 14편을 별도 꼭지로 다루거나 상세히 설명한 점은 기존의 책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 뿐 아니라, 황도 12궁을 비롯해 많은 별자리들의 유래들도 설명해 주는 것도 이 책만의 독특한 점이다. 여기에, 개별 사건들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전후 맥락의 흐름까지 짚어주고 있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 교육에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저자가 각 이야기들에 대한 다양한 전승과 후대의 해석들을 소개하고, 그 현대적 의의를 서술한 것이 상당 분량을 차지함에도 다루지 않은 내용이 없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평생을 고전과 고전철학에 바친 저자의 내공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하겠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현대적 의의를 서술한 부분이 저자의 과도한 개입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도 처음에는 다소 거북했으니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그러나, 『로마인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작가의 엘리트주의적 국가관에 입각한 해석으로 채운 데 반해, 이 책의 저자는 신화를 읽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강조한다. 


단점은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엘리시온'을 다루면서도 그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없는 게 아쉬웠다. '엘리시온으로 떠나 행복하게 살았다' 정도가 전부. 사료가 없어서일까? 둘째는 교열상태인데, 이는 저자보다는 편집자들의 문제로 돌리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은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뭔가를 하고 싶고, 누군가를 보고 싶을 때, 치열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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