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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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나일강의 죽음」개봉과 그에 따른 리디북스 대여 이벤트로, 나의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는 어느새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 여덟번 째, 그리고 세번째 '에르퀼 푸아로'는 20여 년의 세월을 책장에 처박혀 있던 해문이 발행한 『죽음과의 약속』. 나 개인적으로는 이집트, 이라크에 이어 푸아로의 세번째 중동 여행기이기도 하다.


트릭은 매우 복잡하다. 각자 피해자를 거쳐간 타임라인이 있고 그 중 누가 범인이냐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살인자가 다녀간 시간을 찾아내는는 것(appointment)'. 물적증거는 없다시피하고 거의 관계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추리를 진행한다. 심지어, 피해자가 자연사한 것으로 보고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 상황. 


이러한 이유로, 이 작품은 푸아로의 전매특허인 '대화'와 '심리분석' 기법이 거의 한계까지 동원된다. 처음부터 '증거가 없다'고 보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사에 착수한 계기도 책머리에서 푸아로가 우연히도 '살인모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다. 관련자와의 '대화'에서 '허점'을 발견하는 작업이다보니, 형식이 플라톤의 「대화(Dialogue)」들처럼 흘러간다. 푸아로는 화자들의 말의 모순을 일일이 지적하고 그 안에서 꽁꽁 숨겨둔 사실들을 발견해 내고, 결국 범인을 지목한다. 언제나 그렇듯 증거는 없지만, 논리적으로는 완벽하다. 범인은 최소한의 저항조차 할 수 없다.


30년이 넘은 역서이기 때문에 번역상의 아쉬움은 많다. 황금가지 본에서, 벨기에인인 푸아로는 거의 모든 말에서 불어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건 생략했는지 그것까지 번역한 건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지명 또는 관광사이트는 옛날식 표현이라 그런지 네이버에서는 검색할 수 없다. 명색이 한국추리작가협회가 내놓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라면 세월의 흐름을 감안해 '개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손을 좀 봤어야 하는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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