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의 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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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의 20년 전, 지금은 없어진 출판사 본으로 처음 읽고 두번째이다. 핵심 트릭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고, 100페이지를 넘어갈 즈음, 인물들의 알리바이 진술에 따라 진범도 알았다.


때문에 두번째 독서는 작가가 얼마나 작품에 고고학 덕질을 했는지, 인물들의 심리를 어떻게 묘사했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푸아로의 캐릭터를 탐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듬해(1937년) 발표된 『나일강의 죽음』이 고대 유적지들을 '관광' 목적으로 둘러보는 수준에 그쳤지만, 레더런 간호사의 회고록 형식으로 된 이 작품은 유적 발굴단의 활동을 직접 다루고 있다. 책의 헌사도 이라크와 시리아의 고고학자들에게 주어졌고, 간간이 발굴작업이 묘사되기도 한다. 

그는 앉은 채 몸을 바로하고는 칼을 꺼내서 그 뼈에 붙어 있는 흙을 아주 조심스럽게 긁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간간이 동작을 멈추고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거나 직접 입김을 불기도 했다.

"온갖 종류의 세균이 당신 입 속으로 들어갈 거예요, 에모트 씨."

"세균이야말로 제 일용할 양식이랍니다, 간호사. 세균들은 고고학자에게는 아무 힘도 쓰지 못하거든요. 헛수고만 할 뿐이죠."

이 작업들을 지켜본 푸아로는 『나일강의 죽음』에서 "내가 고고학 탐사를 해봐서 아는데..."라며 써먹는다.


심리소설 측면에서, 푸아로는 독특하게도 범인보다는 피해자의 심리에 주목한다. 피해자는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육식성 동물'이며, 상황에 따른 그의 미세한 심리변화,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대단한 반전이나 카타르시스는 없지만, 후반부의 푸아로의 추리과정은 읽어가는 재미가 있다.


관종 푸아로가 또 어떤 플렉스를 했나도 관전 포인트인데, 아인슈타인을 연상시키는 다음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제 나는 이 사건의 진상이라고 믿어지는 결론에 도달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증거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난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압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하니까요. 다른 식으로는 모든 사실 하나하나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로 그것이 가장 옳은 결론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추가로, 푸아로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걸 안 것도 이번 독서의 수확이었다. 이런 TMI가 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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