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는 동안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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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유작. '황금가지'가 크리스티 전집을 기획하면서 야심차게 1권으로 내놓은 책이다. 보통 크리스티의 원투펀치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꼽히지만(이 두 작품은 정말... 30년 가까지 지난 지금도 소름이 끼치게 하는 그런 대담한 결말의 작품은 흔치 않다), '황금가지'는 이 책으로 기존 전집과 차별화하고 싶었던 것 같다.


9편의 단편 작품집인데, 모두가 추리소설은 아니다. 푸아로가 둘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환상문학에 가깝다. '추리소설 작가'로서의 대중이 씌운 굴레가 얼마나 지겨웠을까.「꿈의 집」,「칼날」, 「외로운 신」,「벽 속에서」, 「빛이 있는 동안」이 그런 굴레를 벗어나고자 한 작품 같은데, 글쎄, 이 중 「벽 속에서」 정도만 괜찮았고 나머지는 곧 잊게 될 것 같다. 보물찾기 모험극인 「맨 섬의 황금」도 별로였다.


반면, 푸아로가 등장하는 두 작품은 정통 단편 추리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바그다드 궤짝의 수수께끼」는 약간 아쉬운 게, 완벽한 범죄라고 완벽한 탐정이 칭찬하고는 있으나, '김전일'의 관점에서 보면....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추리 => 끝. 이런 추리물은 김전일의 범죄자들에게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다(ㅎㅎㅎ 증거는 있나? 이러면서).


「여배우」는 약간의 트릭이 있는 희곡 같은 작품인데, 제일 좋았다. 앞으로 크리스티의 단편들을 읽는다는 것은 이런 매력적인 것들을 발견하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돌이켜 보니,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상당수가 치정 관계가 깔려 있고 그것이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 중년여성 드라마 작가들이 막장코드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그리도 사람은 거의(?) 안 죽였다. 크리스티는 과감하게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막장력'이 그들보다 한수 위이다. 직전에 읽은 『나일강의 죽음』도 그랬고,「바그다드 궤짝의 수수께끼」 같은 것들은 삼각 로맨스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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