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인용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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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적 금성출판사 추리소설 전집을 통해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출간되면서 읽으려 생가한 걸 차일피일 미루다, 영화 '나일강의 죽음'을 계기로 전자책이 대여로 풀렸길래 결제했다.


금성출판사 본을 여러 번 읽었는지 상당히 많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번 독서에서는, (최근 내 독서의 경향에 따라) 작품이 씌어졌을 당시인 1930년대 영국의 풍경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벤틀리를 시속 130km로 밟으려다 시간이 안 맞을 것 같자, '항공 택시'를 이용하는 장면이 있는데, 130km는 지금도 빠른 속도인데(나도 이렇게는 잘 안 밟는다) 그 당시 도로가 그렇게 잘 되어 있었다는 점, 현재 공공기관 주도로 강력히 추진 중인 UAM이 이때 그런 아이디어가 있었나 하는 점이 경이롭기만 하다.


많은 추리소설들이 그렇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 작품 역시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이 두드러진다. 초반을 보자. 목사 아들 보비가 기차 일등칸에 있던 소꿉친구이자 백작의 딸인 프랭키를 만나는데, 자신의 차표는 일등석이 아니기 때문에 옮겨야 하는 상황. 이때 (미녀) 프랭키는 검표원에게 미소를 지으며 친구가 조금만 함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검표원은 기분좋게 수락한다. 보비는 '미소만 지으니까 되는구나'하고 감탄한다. 이 장면은 어릴 때에는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보니 나름 복선이다. 작품은 '사람은 이성의 아름다운 외모에 끌려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하는데, 여기서 밑밥을 깔아둔 것이다.


이외에도 인간심리 혹은 대중심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등장인문들의 대사를 통해 표출되는데, 상당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호기심 많은 청춘남녀가 단서(lead)를 좇아 실마리를 풀어가는 재미있는 추리소설이지만, 이런 통찰이 작품의 진짜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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