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1~3 + 호빗 세트 - 전4권 톨킨 문학선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김보원 외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생에 걸쳐 볼 영화이기에, 영화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 10여년 전부터 책으로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워낙 잘 읽히지 않던 터였다. 이번에 나온 전면개정판은 좀 괜찮다고 본다.


영화의 방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들을 한번만 읽고는 제대로 된 리뷰를 남기기는 어려우므로, 몇가지 인상적인 점들만 적고자 한다.


- 당연한 말이지만 (책을 집어든 목적이기도 하고) 배경, 맥락, 주요동기 들을 잘 알 수 있었다. 쉘로브, 팔란티르, 갈라드리엘, 마술사왕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 20세기 문학적 성취이다. 공간에 대한 회화적 묘사가 상당하다. 곳곳에 액자식 구성을 차용한 점도 흥미로운데, 예컨대, 사루만은 영화와 관련되어서는 단 한번만 등장한다(영화에 다루지 않은 부분에서 두 번 정도 등장).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전래동화 수준으로 평면적인 데 그친 점이 아쉽긴 하다.


- 방위에 대한 이야기가 장황하다. 동으로 갔다, 북으로 갔다, 남쪽으로 꺾었다가, 인두인대하 동쪽에 뭐가 있고 이런 부분이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반지원정대』말미에 이르러서야 대충 동쪽에 모르도르가, 서쪽에 로한이, 남쪽에 곤도르가 있다는 등 체계가 잡혔는데,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참 죽을 맛이었다.


- 아무래도 서양문학, 특히 전쟁을 다룬 작품들이 시인들의 노래('서사시') 형태로 다뤄지다보니 호메로스의 서사시들과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갖은 모험 끝에 대규모 전쟁에서 적을 물리치고 왕의 자리를 되찾는 서사는 그러한 노래들의 흔한 소재니까. 다만, 세계를 구한 인물로 '인간'이 아닌, 반인족 '호빗'을 설정했다는 점이 다른 톨킨만의 매력일 것이다. 선악을 뚜렷하게 구분한 점이 퇴보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 프로도와 샘이 단순한 주종관계를 넘어 동성애 코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와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관계는 고대 희랍에서 남성 간 이상적인 연애로 여겨졌다는 경향을 반영해 동성애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신라의 사다함과 무관랑의 사이도 그렇게 보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샘이 희한하리만치 프로도에 대해 충정을 보이지만, 원작에서는 '살아하는 프로도 나리', '제 옆에서 주무세요' 등 대사로 볼 때 여지가 충분하다(샘이 로지와 결혼하여 많은 자손을 낳았음에도 그러한 추측은 유효하다).


- 에오윈은 영화에서 단순히 검술을 좋아하는 여전사로 보여졌지만, 여기서는 자신의 주어진 성역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즉 작가는 이 캐릭터를 통해 페미니즘을 다루고자 한 것 같다(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제2빌런 캐릭이었던 나즈굴의 군주는 'man'의 손에는 절대로 죽지 않을 운명이었지만, 결국 woman인 전사의 칼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다만, 파라미르와의 로맨스를 시작하면서 다시 여성성으로 돌아가는 한계는 있었다.




- 영화 '왕의 귀환'에서 아르웬이 필멸의 인간이 되고자 하면서 죽어가는 설정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원작에서는 아니나다를까 그런 얘기가 없다. 반면, 케이트 블란쳇의 배역인 '갈라드리엘' 부인의 경우,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배우가 그 고혹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 솔직히 번역이 매력적이지는 않다. 역자들이 영문학 전공자들이고, 톨킨의 저서를 주로 번역한 점이 이 전집에 권위를 실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꽤 재미있었음에도 집중하기 힘들었던 게 번역이 20% 정도는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간간이 오타도 보였다. '그런데 보라!' 이런 부분도 별로였다. 그러나 톨킨의 번역지침에 따라 우리 고유말을 살렸다는 점은, 옛말이나 방언을 살린 우리문학의 성취만큼이나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영화를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잘 압축했고 톰 봄바딜 등 지루한 부분은 쳐내는 등 등장인물을 간소화했다. 더불어 나즈굴이나 사우론이 내뿜는 공포감은 극대화했으며, 골룸의 행동과 심리 묘사는 원작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전쟁에 임한 왕들의 비장미 - 펠렌노르 평원의 전투에서 세오덴 왕의 독려, 모르도르에서 아라곤의 독려 - 는 좋아하는 장면들인데, 모두 제작진의 창작이다.


책을 마무리하고 나서도, 나는 이 책을 영화를 더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독립적인 문학작품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본다. 장르문학에 대한 나의 편견이 여전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지금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만 다시 읽어 나가는 중인데, 그러다가 작품이 더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아닐 것 같다. 


리디셀렉트에서 읽었으며, 추석 연휴 마지막날에 끝냄. 

** 『호빗』은 읽지 않았으며, 읽을 계획 없음. 영화 1편 보다가 잠든데다, 이 작품에서도 호빗 동네 이야기는 재미있지는 않았기 때문임

이 책은 주로 호빗에 관한 것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독자는 그들의 성격에 대해서는 많이,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는 조금 알게 될 것이다. - P41

"...그건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ㅂㄴ지야. 그 반지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그것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나 그 반지에 완전히 압도당하게 되어 있네. 반지가 사람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지..." <반지원정대> - P124

"인간들은 위대한 반지들 중 하나만 가져도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어. 물론 더 성장하거나 힘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죽지 않고 생명이 유지되는데, 그러다가 결국은 순간순간이 권태로워지지. 그리고 만약 다른 사람에게 자기 형체를 감추기 위해 반지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몸이 점점 ‘소멸‘되지. 그러다가 영원히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에는 반지를 지배하는 암흑의 권능이 감시하는 미명의 지대를 헤매게 되어 있어. 언젠가는 말이야. 혹 의지력이 강하거나 원래 선량한 사람이라면 그 순간이 다소 지연될 수도 있겠지만, 의지력이나 선량함이라는 것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일세. 결국엔 암흑의 권능에 사로잡히고 만다는 것이지.." <반지원정대> - P125

지상의 요정 왕들에겐 세 개의 반지,
돌집의 난쟁이 왕들에겐 일곱 개의 반지,
어둠의 권좌를 앉은 암흑의 군주에겐 절대반지
어둠만 살아 숨쉬는 모르도르에서.
모든 반지를 지배하고, 모든 반지를 발견하는 것은 절대반지,
모든 반지를 불러 모아 암흑에 가두는 것은 절대반지
어둠만 살아 숨쉬는 모르도르에서. <반지원정대> - P128

"...그 어둠의 그림자는 한번 패한 뒤에도 언제나 다른 형태로 다시 나타나지."
"우리 시대에는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나도 그렇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그런 심정이겠지. 하지만 시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거야..." <반지원정대> - P130

"...힘의 반지는 자신을 스스로 지킨다네. 반지가 주인을 버리고 떠날 수는 있지만 주인이 그것을 버릴 수는 없는 거야.기껏해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있지. 하지만 그것도 반지의 노예가 되기 전의 초기에나 가능한 일이야..." <반지원정대> - P139

"...살아 있는 이들 중 많은 자가 죽어 마땅하지. 그러나 죽은 이들 중에도 마땅히 살아나야 할 이들이 있어. 그렇다고 자네가 그들을 되살릴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죽음의 심판을 그렇게 쉽게 내려서는 안 된다네." <반지원정대> - P147

"하지만 어디서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것입니다."
"용기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얻어집니다. 희망을 가지십시오." <반지원정대> - P193

"... 지금은 휴식을 취해야 하지. 세상이 어둠 속에 들 때는 듣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중략) 편히 자! 밤의 소리도 두려워하지 말고, 회색 버드나무도 두려워 말게..." <반지원정대> - P285

황금이라고 해서 모두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방랑자라고 해서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속이 강한 사람은 늙어도 쇠하지 않으며,
깊은 뿌리는 서리의 해를 입지 않는다. <반지원정대> - P371

‘흰색! 시작할 때는 그 색이 적격이지. 흰색은 염색을 할 수도 있고, 흰 페이지는 글을 적을 수도 있고, 흰빛은 쪼개질 수도 있으니 말이오.‘ ‘그럴 경우에 그것은 더는 흰색이 아니오. 어떤 사물의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그것을 파괴한다면 그는 이미 지혜의 길을 벗어난 것이오.‘ <반지원정대> - P545

"... 절망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절망이란 아무 의심 없이 종말을 확신하는 이에게만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 본 뒤 남은 필연을 인식하는 것은 오히려 지혜입니다. 거짓된 희망에 매달리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우둔하게 보이겠지요..." - P568

"...강한 자나 지혜로운 자는 멀리까지 갈 수 없습니다. 그 길은 강한 자 만큼의 희망을 가진 약한 이가 가야 하는 길입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인 것은 사실 그런 식이었습니다. 강자들의 눈이 다른 곳을 향하는 동안, 작은 손들은 바로 자신들이 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겁니다." <반지원정대> - P569

"... 사실 암흑군주의 위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때는, 바로 그와 맞서 싸우는 동지들 간에 분열이 일어나는 때요." <반지원정대> - P742

"아마도 올바른 선택이란 없는지도 모르오." <두개의 탑> - P20

"간달프의 계획은 자신이나 다른 이들의 안전을 내다보고 세워진 것은 아니었네. 비록 끝이 암울하더라도 거부하기보다는 시작하는 게 나은 일들이 있지..." <두개의 탑> - P73

"...우리와 우리의 모든 친구들에게 전쟁이 닥쳐와 있어. 반지의 사용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전쟁이지. 그것을 생각하면 내 가슴은 크나큰 비애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네. 많은 것들이 파괴될 것이고 모든 것이 상실될 수도 있으니까..." <두개의 탑> - P196

"...펠렌노르의 성벽을 수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해야겠소. 이렇게 폭풍이 눈앞에 닥쳐왔을 때는 그대들의 용기가 가장 좋은 방어책이 될거요..." <왕의 귀환> - P20

"...아쉬울 때에 도움과 충고를 무시하는 자존심은 어리석음일테니." <왕의 귀환> - P38

"당신은 백성들에 대한 의무가 있소."
"그 의무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그렇지만 저도 에오를 왕가의 후손 아닌가요? 보모가 아니라 여전사 아닌가요? 전 머뭇거리기만 하면서 아주 오래 기다려 왔어요. 이제는 비틀거리지 않으니, 제 인생을 제 뜻대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왕의 귀환> - P90

"의지가 부족하지 않으면 길이 연린다고들 하지..." <왕의 귀환> - P131

"이번에도 그 암흑 기사 대장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가 퍼뜨리는 공포는 그보다 먼저 강을 건넜습니다." <왕의 귀환> - P157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그게 얼마나 될 것 같은데? 그는 이 세상이 시작된 이후 수많은 강국을 몰락시킨 무기를 갖고 있잖아. 바로 굶주림 말이야." <왕의 귀환> - P168

세오덴 왕이 답했다.
"그 일을 하려고 우리가 멀리 달려왔소. 우리는 그것을 시도할 것이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는 오직 내일이 알려줄 것이오." <왕의 귀환> - P194

"...사실 그것은 여럿이 아닌 단 하나의 주인만 사용할 수 있소. 그러니 그는 우리 가운데 가장 강한 자가 다른 이들을 누르고 그 반지의 주인이 되기 위해 다툼을 벌일 시간을 예상할 거요. 그럴 때에 그가 돌연히 행동을 취한다면 그 반지는 그를 돕겠지." <왕의 귀환> - P288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도 틀림없이 멸망할 텐데 그렇게 죽는 편이, 차라리 새 시대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인식하며 죽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오." <왕의 귀환> - P289

"그 분의 바람은 제겐 명령입니다." <왕의 귀환> - P290

"사람이 성문보다는 나은 법이지. 사람들이 성문을 버리고 달아난다면 어떤 성문도 적에 대항해서 견뎌내지 못할 겁니다." <왕의 귀환> - P292

그는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 이제 돌아왔어." <왕의 귀환>

Fin. - P5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