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1~7 세트 - 전7권 -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서두에 자신의 몽진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선 장수들을 도외시하고 승전의 공을 명나라로 돌린 선조의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의 광복은 전적으로 외세에 의한 것이었음을 반박하기 위해 이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만화는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면서도 항일투사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소개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려 나갈수록 독립운동이 얼마나 비체계적이었고 얼마나 분열되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일제의 광기가 거세지면서 독립운동가 보다는 친일파 소개가 주류를 이룬다는 점이다(친일파 소개가 모자랐던지, 작가는 최근 '친일파열전'을 새로 발간한 것 같다). 씁쓸한 일이다. 독립운동이 기호파와 서북파, 노론과 소론, 민족주의계열과 사회주의계열 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는 사실, 무수히 많은 단체들이 이합집산을 거듭에 거듭했다는 점은 현대사를 조금 깊이 공부해 본 사람은 아는 사실이다. 그걸 다시 되새긴다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독립운동 단체들의 흐름을 따라가는 건 만화로도 역시 극복하기 어려웠나보다. 작가의 노고는 묻어나지만, 예전에 읽은 역사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점들을 봤을 때, '외세가 아닌 우리 투사들의 항쟁'을 소개하려는 작가의 의도보다 오히려 독립운동의 부끄러운 모습들만 더 부각된 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좋다. 작가는 한겨례 계열로 소개되어 있지만,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흔적도 돋보인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