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읽은 책 중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는 책 몇 권을 더 적어본다. 이정도면 작년에 읽은 책 중 절반이 넘을 것 같긴 하다. 책 좀 읽자.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 피터 자이한

지정학에 대해 알고 싶어 몇몇개를 뒤적이다 발견한 책인데 고등학교 때 쓰던 지리부도를 옆에 두고 봐가며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미국은 천혜의 '강'이라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인해 운송이 매우 저렴하여 세계 최강국이 될 수밖에 분석한 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전쟁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한국의 선택'을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 극우주의자들의 시각으로 경계하며 읽어야 하는데, 역자와 추천자도 극우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라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인간 바그너 / 오해수

리하르트 바그너에 대한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평전 겸 에세이. 바그너에 푹 빠진 공무원 출신 클래식 애호가가 국내외 여러 책을 바탕으로 정리한 바그너의 일생, 인간관계, 성격을 다룬 책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글이므로 쉽게 읽힌다. 다만 이 책은 완결이 아니다. '바그너의 음악'과 '바그너의 유산'을 줄줄이 출간할 것을 예고했다.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강원택

살면서 보수정당을 찍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작금의 운동권 진보 정권의 막장 행태를 보면서 보수의 가치 또는 존경받을 만한 점 등을 다룬 책을 찾던 중 내 입맛에 딱 맞는 책이 출간되었다. 촛불혁명으로 궤멸되고 지금도 지리멸렬하는 대한민국의 보수와, 그리고 브렉시트로 상징되는 영국 현실정치의 변화를 다룬다. 이전의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청교도혁명(시민혁명)부터 보리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 최초의 정당인 보수당 300년 역사를 총리 연대기의 형식을 빌어 서술한다.

 

 

과학의 품격 / 강양구

문송한 나에게 굉장히 훌륭한 과학에세이이다. 의학·환경 전문기자이자 지식 큐레이터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저자가 자신이 블로그 등에 연재한 글들을 정리했는데, 황우석 사태 당시 PD수첩, 음지의 연구자들과 협업하여 거짓된 애국주의와 싸웠던 경험담으로 시작해 환경문제, 수소-전기차, 여성문제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관련 도서 큐레이팅의 성격도 있다. 과학기술이 평범한 일상과 관계를 맺으면서 세상이 나아지길 바라는 저자의 소망이 담겨있다.


 

나 - 시몬 베유 / 시몬 베유

페미니즘에 대한 나름의 관심으로 선택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시작해 여성 판사, EU 의회 의장, 프랑스 헌법평의회 위원 등 이력을 쌓은 한 여성의 자서전이자 프랑스 현대사를 다룬 책이다. 번역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때문에 지나치기에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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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좋았던 책 열권을 회고했지만, 그 외에 2020년 진중권 3부작 중 진보 폭망의 원인을 다양한 이론을 통해 분석한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대안으로서의 보수에 대한 제안서 「진중권/보수를 말하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빌리 배트」, 바그너 오페라 대본 「니벨룽의 반지」등이 기억에 남는다. 기회가 되면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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