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블루레이] Tutto Verdi 20 - 시몬 보카네그라 [한글자막]
베르디 (Giuseppe Verdi) 감독, 누치 (Leo Nucci) 외 / C Major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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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자는 'Simon'인데, 가수들이 '시모네'라고 발음하네. 이탈리아어를 모르니 뭐라 트집잡을 수도 없고...

 

발음 뿐 아니라, '시몬 보카네그라'는 몇 가지가 특이한 작품이다.

 

1. 국뽕이다. 피렌체의 국뽕시인 페트라르카가 언급되기도 한데, 분열된 정치체제에서 화합의 정치를 외친 실존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베르디 시대의 열망인 이탈리아 통일을 염원한 것 같다. 즉, 내용면에서는 지극히 보수적이다.

 

2. 반대로 음악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이다. 딱히 아리아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다. 그걸 알 수 있는 게, 관중들이 중간에 끊고 박수치는 부분이 없다. 이게 '번호오페라'라는 기존 이탈리아 오페라의 틀을 파괴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당대의 청중들은 어리둥절 했을 것 같다. 더욱 충격적이 것은 소프라노-테너의 투톱 체제가 아니라 바리톤과 베이스가 전면에 등장하여 극을 이끌어간다. 공주와 왕자의 비극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적 암투를 소재로 했으니 이게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용의 눈물' 같은 정통사극에서 목소리 고음 내는 사람은 내시밖에 더 있나. 흥행이 생명인 당시 오페라계에서 어떻게 이런 노잼 라인을 구성할 생각을 했을까. '중기 3부작'으로 돈을 벌만큼 벌었기에, 이번에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이런 소재와 구성을 극장에 올릴 수 있었던 작곡가는 당시에 오직 한 명 뿐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수적 내용에 진보적 형식을 입은 어두운 작품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당시의 배경지식이 어두워서 초반에 따라가는 데 애를 먹었지만 곧 낮게 깔리는 은은하게 울리는 소리들을 즐기게 되었다. 연출은 전통적인 것으로, 좁은 무대를 적절히 활용한 구성이 좋았다. 주인공인 레오 누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노래와 열연은 말할 것도 없고(테너가 좀 미흡). 이 희귀한 작품을 나중에 좀 즐기고 싶은데 발매된 영상물이 별로 없는 점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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