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블루레이]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한글자막]
베르디 (Giuseppe Verdi) 감독, 페테르젠 (Marlis Petersen) 외 / Arthaus Musik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이긴 한데, 자줏빛 커튼을 서너겹으로 치고 의자 하나 갖다 놓은게 전부.

돈을 너무 아끼려 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미니멀리즘이라면 풍부한 아이디어 또는 상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무대는 그렇게 해놓고, 추가적인 아이디어라는게 배우들이 객석에서 노래 부르는 거다(맙소사).

 

알프레도는 얼빵한 책벌레 컨셉인데, 아마도 원작 대본의 2막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며 잠깐 책을 읽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게 나름 원전에 충실한거다. 밤의 여왕을 짝사랑하면서 1년간 말도 못 붙여봤다. 심지어 그녀는 그를 오늘 처음 알았단다. 그런 사람이 그녀로부터 건배사를 제의를 받았으면, 당황하는게 정상이다. 갑자기 비야손처럼 당당해 지면 그게 이상한거다.

 

다만, 이 연출은 드라마틱한 게 너무 많은데, 비올레타의 머리색이 막마다 바뀐다거나(가발인 것도 티가 난다), 화려한 생활을 접고 알프레도와 동거하면서 소길댁 복장으로 살아간다거나(이런 것도 처음 봤다), 책만 파던 알프레도가 복수심에 불타오르더니 몇시간 만에 타짜로 변신한다는 것 등인데, 별로 납득하기 어렵다.

 

2막 집시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 3막 축제일 합창 등의 장면은 생략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합창인 '알프레도, 알프레도 당신은 모를거에요'도 한번만 부르고 반복없이 끝내 버린다. 제작진이 예산에 맞추다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생략이 일반적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성악은 비올레타 역의 마를리스 페터젠은 준수하지만, 나머지는 so-so하다. 프리마 돈나 오페라라고 하더니, 인건비를 소프라노 하나에 몰빵한 것 같다. 오케스트라는 ('돈을 아꼈다'에 생각이 꽂혀서 그런지) 악기가 몇개 빠진 것 같고, 연주도 어딘가 심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