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블루레이]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한글자막]
안토넬라 마나코르다 (Antonella Manacorda) 외 / OPUS ARTE(오퍼스 아르떼)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다섯번째 라 트라비아타.

 

일단 연출 면에서, 돈을 있는 대로 쏟아부어서 무조건 화려하게 황금빛 또는 붉은빛으로 채색하고, 의상도 최대한 화려하게 해놓았다. 이 정도 예산이면 반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하게. 그렇게 고전적인 연출 중 가장 비쌀 것 같다. 그래도, 2005년 잘츠부르크 이래 이제 고전연출은 지루해서 못 볼 것 같다는 나의 편견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으니, 그 이유가 첫째 이 급이 다른 화려함 때문이고, 둘째, 내가 이제 이 작품을 진짜로 즐기게 된 것 같기 때문이다.

 

극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비올레타 역에 대해 말하자면, 에르모넬라 야호는 이 역할에 싱크로율이 좋다고 본다. 안젤라 게오르규나 안나 네트렙코는 병약하게 죽어가는 여인 치고는 너무 예뻤다. 반면 야호는 (미안하지만) 눈이 퀭하고 볼이 움푹 패인 게 처음부터 죽어가는 비올레타의 모습을 묘사하기에 좋아보인다. 게다가 얼마나 극에 몰입하던지, 2막의 '알프레도, 알프레도, 당신은 모를거에요'를 부를 때는 흐르는 눈물에 눈화장이 지워지고, 목이 메어 목소리가 잘 안나오는 것 같아 보는 내가 조마조마할 지경이었다. 3막에서는 광란의 연기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데, 공연종료 직후 커튼 콜에서 웃지 못하는 표정으로 나타난다. 극을 마치고 아직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특이한 건 제르몽 역의 도밍고인데, 아직까지도 그의 노래와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긴 하지만, 그의 바리톤 성부는 너무 높다. 테너인 줄. 그의 베르디 바리톤 아리아집을 조금 들어보니 그 목소리가 맞긴 한데, 항상 두꺼운 목소리, 저음의 제르몽만 듣다가 테너같은 제르몽을 들으니 조금 이질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존재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가 바리톤으로 등장하면 테너가 다소 밀리는 느낌이다. (미투 폭로로 오페라단에서 잘리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나. 이제 그런 짓 그만 하고 건강하게 장수하면서 팬들과 만나게 되길.)

 

알프레도 역의 카스트로노보는 준수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오케스트라가 성악에 다소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출은 보는 내내 솔티 경의 1994년 코번트가든 공연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같은 무대감독이다. 리메이크이자 업그레이드판인 셈이다.

 

자막은 레치타티보는 잘 된 편이나 아리아 부분은 두어 문장 후 뚝 끊긴다. 이 작품은 한글자막 제대로 된 DVD를 본 적이 없다. 워낙 유명하고 공연물이 쏟아져나오다 보니 그 정도는 알아서 보라는 건지. 그래도 1) 전통적인 연출을 2) 최고 수준의 소프라노의 가창과 연기를 3) 고화질, 고음질로 감상하고 4) 한글자막이 어느 정도는 지원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 공연물을 추천한다(1994년 판도 좋지만 한글자막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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