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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벨리니 : 몽유병의 여인
벨리니 (Vincenzo Bellini) 외 / Decca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나의 첫 '몽유병의 여인', 첫 벨리니 공연물이면서 나탈리 드세이, 후안 디에고 폴로레즈와의 만남 역시 처음.
다른 벨리니 작품에 비해 '몽유병의 여인'이 규모가 작은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단 내용이 없다. '사랑의 기쁨'만 주구장창 노래할 뿐. 환희 - (잠깐) 갈등 - 환희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은 그냥 이거만 두고 본다면, 아마 연극이라면 전혀 팔리지 않을 것이다. 한글자막으로 보다 좀 부실해 보여 영어자막으로 바꿨는데, 부실한 건 마찬가지지만 내용을 따라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쉬워서 그냥 그대로 봤다. 이 무기력한 플롯의 오페라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역시 벨리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음악인데, 그 중에서도 아미나의 극한의 고음이 빛남으로써, '아, 이것이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별 내용은 없고, 주연 배우들의 초절기교만으로 승부하는.
시트콤 '프렌즈' 같은 무대가 좀 어설프긴 했지만, 오페라 규모를 생각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피날레에 스위스풍 옷들로 갈아입고 노래하고 춤추는 건 에러. 폴로레즈의 가창은 로맨틱한 느낌을 준다.
나탈리 드세이의 목소리는 카나리아와 같이 가냘프로 아름다운데, 이런 스타일의 소프라노는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안나 네트렙코와 같이 굵직한 저음에만 익숙했던 것이다. 아기자기한 이 작품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막바지에 문득 그녀가 노래하는 질다가 듣고 싶어졌다. 4중창 '아름다운 아가씨여Bella figlia dell'amore'나 3중창 '자정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Se pria ch'abbia'를 좋아하는데, 잘 어울릴 것 같다. 아쉽게도 애플뮤직에는 다른 아리아 하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