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시몬 베유 - 여성, 유럽, 기억을 위한 삶
시몬 베유 지음, 이민경 옮김 / 갈라파고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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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지 프리드먼이 유럽연합의 위기를 진단한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을 읽으면서, 유럽의회 의장을 역임한 시몬 베유의 자서전을 읽은 것은, 우연이지만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유럽연합의 기원을 한 개인의 경험에서 짧게나마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서로 다른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국가들)의 통합이란 매우 어렵다. 우리가 교련 수업이나 안보 교육을 받을 때와 같이 '세계는 상시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과 소련의 부상, 전쟁의 참상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출범한 유럽공동체였고, 시몬 베유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 시몬 베유는 그 취임연설에서 '평화, 자유, 번영'을 외치면서 초기 유럽 공동체가 나가갈 길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40년이 흘렀다. 거의 내 나이와 같다. 평화가 너무 길어서였을까? 유럽연합은 다시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차대전 이후) 혐오의 시대가 다시 다가오면서, 그리고 코로나19의 부상으로 유럽은 다시 갈라서고 있다. 2017년 그녀의 사망에 전후하여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그녀가 꿈꾸던 유럽 모델이 소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일까? 유럽연합을 진지하게 연구하지 않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혐오가 증가함에 따라 홀로코스트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

 

또한, 이 책은 몇 년 전부터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나에게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더불어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임신중단(Termination of pregnancy)' 이 표현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낙태'가 태아에 초점을 둔 성차별적 표현이로, 그녀는 임신중단이라고 명명하고 있다(아니면 역자가 페미니스트로서 그렇게 번역한 것일수도...). 어쨌든 가톨릭 국가에서, 의료인에 의한 임신중단을 합법화-양성화한 것은, 피임과 더불어 여성의 몸을 남성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으로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임신중단법을 제창하는 그녀를 향해 '태아를 가스실에 보내는 일'이라고 문명국가 의회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비난을 무릅쓰고 말이다.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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